Last updated on 2월 24th, 2022 at 11:02 오전
1) 밀레니얼, ‘소셜 살롱’에 빠지다.
SNS에서 수많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지만, 실제로 만날 친구는 드문 시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일상을 공유하지만, ‘좋아요’ 버튼의 숫자로 관심을 체감할 수밖에 없는 비대면 일상. 이와 같은 가상의 현실에 지쳐버린 걸까? 온라인 네트워킹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이제 오프라인으로 뛰쳐나오기 시작한 듯하다. 이들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소셜 살롱’. 18세기 중반 프랑스의 지성인과 예술가가 한데 모여 토론을 펼치고 지식을 나누던 사교 집회를 뜻하는 ‘살롱 문화’가 21세기 한국에서 부활한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청춘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소셜 살롱’은 과연 어떤 곳일까?
#공간을 중심으로 취향을 공유한다
2층 양옥집을 개조해 고풍스런 이미지의 살롱으로 탈바꿈한 ‘취향관’이 작년 4월에 문을 열었다.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이곳은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진 이들이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는 일종의 사교 공간이다.
취향관은 ‘공간’을 중심으로 형성된 대표적인 소셜 살롱이다. 3개월 시즌제로 회원을 모집하며, 비용은 45만 원이다. 멤버들은 3개월간 취향관을 이용하며 음료 60잔 무료, 회원 한정 또는 공개로 열리는 모든 ‘살롱(클래스 겸 소모임)’에 참석할 수 있다. 커피, 영화, 와인 등을 주제로 하루 평균 1~2개의 살롱이 진행된다. 멤버들은 ‘취향관’이라는 공통의 공간에 모여 자신의 취향을 탐색하고 공유한다.
취향관 외에도 공간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커뮤니티로 ‘문래당’과 ‘안전가옥’을 꼽을 수 있다. 서울 문래동의 한 건물에 터를 잡은 ‘문래당’은 인문예술공유지(地)라는 설명처럼 ‘인문학과 예술이 공유되는 땅’이다. 멤버들이 이용하는 공용 공간과 운영진 등 상주 멤버들이 사용하는 개인 작업실로 구성됐다. 이 공간을 중심으로 각종 세미나와 인문학 강좌 및 공연과 영화제 등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 인문학 연구자, 작가, 예술가 등이 주축이라는 점에서 과거 프랑스의 살롱과 가장 유사하다.
‘안전가옥’은 장르문학(SF·판타지·추리·호러 등 특정 장르의 관습을 따르는 문학) 마니아를 위한 도서관과 창작자들이 개인 작업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독특한 이름에는 ‘창작자들에게는 영감을, 마니아들에게는 몰입감을 주기 위한 안전한 공간’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이야기’를 읽고, 쓰고 또 창작자들끼리 교류하며 함께 이야기를 만드는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 이곳의 목적이다.
#콘텐츠를 중심으로 취향을 더 풍요롭게
꼭 정해진 공간이 필요한 건 아니다. 같은 취향과 관심사를 공유한 이들이 모인 곳이라면 어디든 ‘소셜 살롱’이 될 수 있다. ‘문토(munto)’와 ‘트레바리(Trevari)’는 공간이 아닌 ‘콘텐츠’를 중심으로 형성된 소셜 살롱이다.
‘문토’는 글쓰기, 요리, 영화 등 각 주제에 맞는 리더를 섭외해 모임을 구성하고 멤버를 모집한다. 마하키친의 신소영 셰프가 요리 모임 ‘생각하는 주방’의 리더를, 29cm의 총괄 카피라이터 이유미 씨가 글쓰기 모임 ‘쓸 수 있는 밤’을 맡는 식이다. 2017년 3월 2개의 모임으로 시작한 문토는 현재 27개 모임을 운영 중이다. 주제를 발제한 리더를 중심으로 격주마다 구성원들의 취향과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3개월 시즌제로 운영된다.
‘트레바리’는 인문⋅사회⋅자연과학 등 100여 개의 주제를 가진 독서모임을 4개월 단위로 운영한다. 가입 비용은 독서 멘토링을 해주는 클럽장의 유무에 따라 29만 원 또는 19만 원이다. 트레바리에는 꽤 엄격한 룰이 존재한다. 모임 이틀 전 자정까지 공백을 제외한 400자 이상의 독후감을 제출하지 않으면 모임에 참석할 수 없다는 것. 책을 매개로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지적인 대화를 통해 한층 깊이 있는 사색이 가능하다는 점에 이끌려 많은 사람들이 트레바리를 찾고 있다.
# 소셜 살롱, 누구를 위한 모임인가?
소셜 살롱의 멤버들은 주로 20~30대의 젊은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셜 살롱이 청춘들의 모임으로 알려져 있는 이유이다. 물론 나이 제한이 있는 건 아니다. 취향과 관심사를 공유할 준비만 되어 있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취향을 중요하게 여기는 밀레니얼의 세대적 특성과 소셜 살롱의 문화가 맞닿아 있다는 점이 한몫하는 듯하다.
젊은 층 중에서도 소셜 살롱의 메인 고객은 ‘직장인’이다. 대부분의 모임은 시즌제 멤버십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한 시즌당 19만 원에서 45만 원까지 적지 않은 회비를 요구한다. 회비 자체가 직장인을 타깃으로 책정되어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금액이다.
이에 맞춰 모임은 주로 퇴근 이후인 저녁 시간에 이뤄진다. 직장 동료와 술 한잔 기울이며 회사에서의 고충을 나누거나,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회포를 풀던 직장인의 저녁 풍경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나이나 직업은 잘 모를지라도, 취향이 통하는 누군가와의 대화를 통해 생활에 치여 잊고있었던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2) 2030이 말하는 살롱의 매력
#오프라인 소통의 즐거움
개인주의, SNS, 불신. 이 키워드들이 관통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이 쉽지 않다. 비대면이 일상이 된 요즘,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맞대고 공통된 취향을 공유하는 ‘소셜 살롱’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작년 겨울 노컷뉴스에서 소셜 살롱을 찾는 30대 초반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기사가 있다. 이들은 소셜살롱을 찾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예전처럼 눈을 보고 얘기를 나누는 그런 만남이 확실히 줄었어요. SNS에서는 그 사람의 대강을 볼 수 있지만 실제 만남은 다르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그 안에서 진짜인 사람을 찾고 싶어요.”
“ 취향이 비슷하니까 대화도 잘 통하고, 성격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도 쉽고, 불특정 다수가 아닌 어느 정도 특정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는 것에 대한 신뢰도가 있어서 젊은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계속될 것만 같았던 도시인들의 파편화된 삶이 변화를 맞고 있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온기가 있는 만남과 소통의 즐거움을 되찾게 된 것이다. 특히 ‘취향’이라는 공감대를 중심으로 모였다는 점이 ‘소셜 살롱’에서 한 층 더 농밀한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비록 낯선 이들이지만 친한 친구들과도 나누기 힘든 공감대를 공유하는 즐거움이 ‘소셜 살롱’의 큰 매력 중 하나이다.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느슨한 관계
“살롱은 연애로 치면 썸 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시간이 되면 거길 가요. 가면 만나거나 안 만날 수 있는거예요. 따로 또 같이 반은 소속감이 있고 반은 소속감이 없는 느슨한 상태로. 광장과 밀실의 중간쯤 되는 것이죠. 비슷한 종류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못 만날 수도 있어요. 안 간다고 출석체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살짝 걸쳐있는 관계인 것이죠. 불가근불가원의 그런 관계를 원하는 것이죠.”
황진미 문화 평론가의 말이다. 그녀는 살롱 문화에 대해 ‘관계의 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살롱에서는 익명성을 어느 정도 보장을 받으면서 일과 분리돼서 취향을 공유하는 딱 그 정도의 관계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소통에 갇혀 있었던 한국 사회에 보다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소통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트레바리나 문토 등 대부분의 살롱 모임에서는 서로의 신상을 묻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이·성별·학력·직업 등의 제약을 걷어버리고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환경을 추구한다. ‘친목’보다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살롱 문화의 핵심이다.
#이왕이면 지적인 대화가 좋다
최근 살롱 문화를 이끄는 주요 콘텐츠는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을 통해 취향을 공유하는 트레바리 외에도 대부분의 살롱에서 ‘독서’와 ‘글쓰기’를 주요 활동으로 내세우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활자 콘텐츠를 싫어한다’는 상식이 뒤집어지고 있는 것이다.
독서는 대표적인 지적 활동이다. 살롱에서는 독서를 강요하기보다 독후 제공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책 읽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전 제일기획 부사장 출신 카피라이터 최인아 대표가 문을 연 ‘최인아 책방’의 ‘북토크’가 대표적이다. 최 대표가 신간 중 직접 한 권을 골라 멤버에게 배송하면 그 책을 읽고 최인아책방에 모여 저자나 출판사 관계자와 자유로운 토론을 나누는 형태다. 멤버들과의 토론이나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 한 층 더 입체적이고 풍부한 독서가 가능해진 것이다.
영상과 이미지가 활자보다 더 친숙한 2030세대이지만, 여전히 삶의 고민이나 질문에 답을 얻고 싶을 땐 ‘책’을 찾는 경우가 많다. 살롱은 취향 중심의 사교 집단임과 동시에 ‘자아’를 찾고자 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진지한 물음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살롱의 멤버들이 단지 친교의 목적으로 모임을 갖거나, 의미 없는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는 이유이다. 이들은 결국 책, 그리고 독후에 오가는 진지한 대화를 통해 각자의 질문에 답을 찾아가려는 건 아닐까?
#’무료’로 즐기던걸, ‘유료’로 즐기는 이유
사실 살롱 문화 그 자체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대학 동아리나 지역 동호회 등의 형식을 빌려 취향이나 취미를 공유하는 모임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그러나 소셜 살롱이 문화적 이슈로 부각된 데에는 멤버십 기반의 유료 비즈니스 모델 형식을 입고 난 이후부터이다. ‘무료’로 즐기던 걸 ‘유료’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트레바리’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누가 그렇게 큰돈을 주고 독서 모임을 하지?’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2015년 9월 4개의 독서모임으로 시작한 트레바리는 2019년 현재 약 280여개의 독서모임을 운영하며 4,600여명의 멤버를 모으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소셜 커뮤니티 유료화 모델의 가능성을 증명한 것이다.
적지 않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역시 그만한 가치를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레바리는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등 각계를 대표하는 명사들이 클럽장으로 나서 독서모임에 참여한다. 문토도 마찬가지다. 요리에 관한 클럽에는 전문 셰프가, 글쓰기 클럽에는 전문 카피라이터나 방송작가가 리더로서 모임을 진행한다. 전문가의 참여 여부에 따라 모임의 질이 달라지는 만큼, 소셜 살롱마다 전문가를 섭외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한 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존에 존재하던 무료 커뮤니티의 한계를 벗어던졌다는 평가도 있다. ‘살롱’의 관리자들은 교류 공간을 가꿔내면서 살롱 문화가 정착하는데 힘쓰고 있다. 다양한 액티비티 기획부터 연사 섭외, 장소 및 다과 제공, 멤버 모집까지 모두 이들의 몫이다. 회비를 지불한 멤버들은 원하는 모임에 참여하여 살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3) 살롱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
#주 52시간 근무제와 워라밸
언론과 전문가들은 소셜 살롱이 뜨는 현상의 배경에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트렌드)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고 본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되면서 현대인들은 그토록 원하던 저녁을 되찾았다. 그 결과 갑작스럽게 늘어난 퇴근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 새로운 고민을 떠안게 된 것이다. 그동안 영위하지 못했던 ‘취미 생활’을 누리려면, 자신에게 맞는 취미를 탐색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이 바로 ‘소셜 살롱’이다. 취향을 탐색하고, 공유하고, 개발하면서 일과 분리된 적절한 사교 활동까지 한 곳에서 모두 해결이 가능하다.
#개인 문화
집단과 커뮤니티의 성격을 갖는 살롱 문화의 이면에 ‘개인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다소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살롱이 갖는 성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현 세대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게 배어있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인 ‘자아 찾기’와 맥을 같이한다. 앞선 세대에 비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데 익숙한 밀레니얼은 자신들이 어떨 때 감동을 느끼는지 등 마음의 소리 정취에 강하다. 취향을 알아가는 과정은 곧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취향 공동체인 살롱 문화의 주축이 밀레니얼 세대라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의미하는 ‘소확행’이라는 신조어가 작년 한 해를 강타했다. 뭔가 대단한 목표를 성취하는 일은 아닐지라도 일상에서 누리는 소소한 즐거움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소확행의 일환으로 개인 공간이나 취향을 가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가꾸는 것을 넘어 타인을 초대해 사적인 취향을 공개하는 프라이빗 모임이 열리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소확행 문화가 살롱 문화의 한 주축이 되었다는 해석도 있다. 작가의 작업실이나 쇼룸에서 열리는 원데이 클래스와 ‘남의집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소수에게 은밀한 공간을 오픈하는 만큼 더 끈끈한 취향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치소비
소비로 가치관이나 소신을 표현하는 ‘가치소비’의 경향이 소셜 살롱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도 있다. 멤버십을 기반으로 하는 소셜 살롱 멤버십 회비는 직장인이라고 해도 적은 비용은 아니다. 그런데 바쁜 시간을 할애하면서, 눈에 보이는 뭔가가 남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살롱 프로그램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것은 살롱에서 제공하는 ‘경험적 가치’에 대한 투자로 풀이할 수 있다. 술을 마시거나 쇼핑을 하는 ‘물질 소비’보다 영혼의 양식이 되고 나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는 ‘가치 소비’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4) ‘소셜 살롱’을 찾는 직장인의 또 다른 목적
각계 언론과 전문가들은 소셜 살롱의 주요 성공 요인으로 근로 환경의 변화와 세대적 특성에 주목하여 여러가지 해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퇴근 이후에 여유가 생겼다는 것, 새로운 취미를 즐기며 워라밸을 유지한다는 것, 부담없이 편안한 만남을 추구한다는 것만으로는 이 모든 것을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다. 그래서 패스트캠퍼스는 ‘소셜 살롱’을 찾는 주요 고객이 ‘직장인’이라는 사실에 좀 더 주목해보고자 한다. 퇴근 이후에 지친 몸을 이끌고, 자신의 사비를 털어가며 살롱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또 다른 목적은 무엇일까?
#직장만으로 불안한 시대, 제 2의 직업을 준비한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은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나 다름없다. ‘퇴사 준비생’을 자처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겐 특히 그렇다. 작년 잡코리아에서 2018년 신입 직장인 6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신입사원의 79.6%가 적극적으로 이직을 준비중이거나 고려중이라고 응답했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그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 오늘날 직장인의 현실인 것이다.
제 2의 직업을 준비하는 직장인들이 선택한 방법 중 하나가 ‘소셜 살롱’이다. 이들은 취미를 즐기는 수준을 넘어 ‘취미의 전문화’를 지향한다. 예를들어 웹 소설 쓰기나 카피라이팅, 웹툰 제작, 서체 디자인 등 새롭게 떠오르는 직업과 연결된 스킬들을 살롱에서 배운다. 혼자서는 시작하기 어려웠던 잡지 제작이나, 책 만들기 등의 활동을 공동체의 힘을 빌려 도전하고자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잘 가꾼 취미가 수익으로 연결되어 제 2의 직업을 창조하는 ‘덕업일치’의 사례가, 이들이 지향하는 모델이다.
#업무에 필요한 인사이트, 회사 밖에서 얻는다.
이제는 회사 내에서의 충성도나 근속 연수가 커리어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아는 시대다. 따라서 개인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외부 세미나나 컨퍼런스를 찾아다니며 업무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얻으려는 직장인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소셜 살롱에서도 직업적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모임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브랜드 소셜 살롱 ‘Be my B’가 대표적이다. Be my B는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를 직접 경험하고, 관계자를 초청해 참가자들과 함께 각자의 인사이트를 나누는 토크쇼 형식의 ‘브랜드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책(Book)’, ‘맥주(Beer)’, ‘야구(Baseball)’ 등의 주제는 물론 발뮤다 (Balmuda), 브롬튼(Bike)등의 브랜드, 그리고 ‘BTS(콘텐츠), ‘Busan(도시)’ 심지어 ‘빈대떡(Bindaeddeok)’등 일상의 다양한 키워드들을 브랜드 관점으로 해석하고 제안한다. 이 세션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고자하는 마케터, 기획자, 디자이너 등이 Be my B의 단골 고객이다.
#업계 ‘핫 피플’과의 만남, 네트워킹의 격을 높인다.
트레바리의 클럽장, 문토의 리더, Be my B의 발제자. 이 셋의 공통점은 업계에서 알려진 ‘핫 피플’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인터넷 기사나 신문을 통해서만 접하던 사람들을 실제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셜 살롱’은 의미있는 네트워킹이 가능한 곳이다.
‘유료 독서 모임’ 시대를 개척한 트레바리가 많은 우려의 시선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가 각계의 전문가로 구성된 클럽장의 존재이다. 네이버 전 대표이사, 자산운용사 대표, 브랜딩 컨설턴트 등 평소 만나보기 힘든 전문가들과 4개월간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모임이라는 인식이 퍼져나갔다.
Be my B는 최근 진행한 브랜딩 세션에서 성수연방의 기획자, 뉴닉의 대표, 타다의 브랜드 디자이너 등 떠오르는 브랜드 관계자를 섭외하여 모임을 진행하였다. 업계 전문가의 노하우를 얻을 수 있을 뿐만아니라, 이들과 명함을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많은 직장인들이 이 곳을 찾는다. 매 주 업계 유명 인사를 만날 수 있는 격조 높은 네트워킹의 장이 열리는 것이다.
5) 우리가 ‘살롱 문화’에 주목하는 이유
과거에는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 가치가 되는, 안정된 삶의 경로가 있었다. 지금은 그 단계들이 무너지고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하나의 삶의 경로만으로는 삶을 담보 받지 못한다는 느낌, 이 불안감이 직장인들을 직장 밖으로 이끌고 있다.
현 세대의 주요 문제, ‘업(業)’에 대한 고민은 패스트캠퍼스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대학을 졸업한 취준생에게는 과거에 정체되어 있는 기성 교육과 급변하는 산업 현장의 괴리를 채워 줄 대안이 필요했다. 현재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미래를 불안해하는 직장인들에게는 함께 ‘그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배움의 장이 필요했다. 패스트캠퍼스는 독자적인 교육 콘텐츠로 그 고민과 불안감을 해소할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주려고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리고 우리를 통해 원하는 직군으로 취업 또는 이직하는 많은 직장인들을 보며 일부 그 역할을 해내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직장인의 ‘살롱 문화’를 통해 ‘현 세대가 안고 있는 업에 대한 고민을 우리가 충분히 해소하고 있는가?’하는 본질적인 질문에 다시 한 번 마주하게 되었다. 이는 직업에 대한 가장 최초의 고민, ‘나의 적성은 무엇인가?’, ‘나와 잘 맞는 직업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대한 부분이기도 하다. 살롱을 찾는 많은 직장인들은 대부분 본격적인 자기 계발에 나서기 전 단계인, ‘자아 찾기’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고등학교에서 문/이과를 대학에서 전공을 결정하며 직업적 루트를 미리 설계하지만, 정작 졸업 후에는 실무와 적성이 달라 혼란에 빠진 사람들이 상당하다. 그들에게 다양한 직업 탐색의 시간과 자신의 적성을 알아볼 기회는 사실 충분하지 않았다. 바로 이 지점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살롱 문화 안에 담겨 있음을 패스트캠퍼스는 주목하고 있다.
또한 현 세대의 특성과 소통 방식이 우리 교육 과정 안에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전문가와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깊은 토론을 나누는 ‘트레바리’의 독서 모임이나 독후에 저자와 자유로운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최인아 책방’의 북토크, 선호하는 브랜드의 관계자를 만날 수 있는 ‘Be my B’의 브랜드 세션의 소통 방식에서 몇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먼저 이들은 ‘소그룹 모임’을 선호한다. 일대 다수의 대화가 아니라 전체가 고루 발언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들은 쌍방향 소통을 지향한다. ‘지식의 전달’이 아닌 ‘지식의 교류’가 이뤄지는 것이 이들이 추구하는 소통 방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업 전문가와의 만남이나 같은 직군 종사자들과의 네트워킹을 위해 패스트캠퍼스를 찾는 직장인들도 많이 있다. 우리는 이들에게 ‘적절한 방식’과 ‘충분한 양’의 소통이 있었는지, 더 만족할 만한 소통의 장을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살롱 문화’에는 요즘 직장인들의 필요와 욕구가 집약되어 있다. 새로운 세대의 ‘문화 현상’으로 가볍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그 안에 담긴 각 개인의 의도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직장이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는 현실에서 이들은 스스로가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회사의 네임밸류나 조직 내에서의 위치로 안정감을 찾던 과거의 기준을 벗어나 ‘직업인으로서의 나 자신’에 더욱 집중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는다. 현재의 커리어가 5년 후, 10년 후의 나의 삶을 지킬 수 있는지 말이다. 그러나 이 질문을 단지 밀레니얼 세대만의 사적인 문제로 바라볼 수는 없다. 이것은 밀레니얼 세대가 현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며, 이들이 갖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또 다른 양상으로 고개를 들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인생을 바꾸는 교육’을 지향하는 패스트캠퍼스가 ‘살롱 문화’를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 에디터 김지영 (jykim@fastcampus.co.kr)
<참고 자료>
– “평생직장이 어딨나요?” 신입사원 80% ‘이직준비생’
– “대화가 필요해” 요즘 다시 뜨는 살롱문화 [출처: 중앙일보]
– [조은정의 ‘뉴라밸’] 살롱 문화는 왜 유행할까? 느슨한 관계맺기 빠진 직장인들
– [살롱문화①] 대한민국, 살롱 문화에 빠지다
– [살롱문화③] “지식 넘치는 시대, 소셜 살롱서 취향 꿰어 나간다”
– [Trend] 2018 대한민국 ‘살롱 문화’에 빠지다…SNS 피로 20·30, 취향 따라 살롱에 집결
– [한경 미디어 뉴스룸-MONEY] ‘취향이 있는 삶’의 초대… 이젠 돈보다 경험이 자산이다
– [인스타, 거기 어디?]’안전가옥’의 안전하지 않은 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