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말을 못 알아듣는 것은 당신 잘못만은 아니다. – 지식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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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그것도 모르나?”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상사에게 이 말을 들은 말단 사원은 자책을 하기도 하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그것도 모르는’ 말단 사원만의 잘못일까? 아니다. 나는 오늘 말단 사원의 손을 들어주고자 한다. 생각보다 상사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책은 잠시 접어두길 바란다. 그렇게 말하는 상사를 조금은 미워해도 되니까.

 

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이 커뮤니케이션 실패로부터 비롯된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순 협업에서 일어나는 작은 문제에서부터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하는 큰 문제까지, 이해관계자 간의 커뮤니케이션 오류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해도 너무 다양한 지식과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협업해야 하는 세상인 만큼 말 한마디를 해도 듣는 사람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보통 가장 많은 지식과 탁월한 실력을 가진 사람이 리더의 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지식이 많은 사람이 꼭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리더라면 소통을 잘 해야 하는데, 소통을 잘 하는 것은 또 다른 능력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니고 있는 지식이 많을수록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 답답함 속에 갇히는 경우가 많다. 글머리에서 언급한 상사가 이런 경우다.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갖춘 상사의 입장에서는 말단 사원이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을 것이다. 이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나와 같이 일하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그래서 계속해서 ‘그것도 모르냐’는 말을 내뱉게 된다. 하지만 부하직원 탓을 하기 전에, 본인을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커뮤니케이션이 안 된다면 자신이 ‘지식의 저주’에 갇혀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을 잘 알게 되면 그것을 모르는 상태가 어떤 것인지 상상하기 어려워지는 현상

지식의 저주란 ‘무엇을 잘 알게 되면 그것을 모르는 상태가 어떤 것인지 상상하기 어려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1990년 미국 스탠퍼드대의 엘리자베스 뉴턴의 실험을 통해 명확히 이해할 수 있는데, 그 실험은 다음과 같다. 피 실험자를 A 그룹과 B 그룹으로 나눠서 A 그룹의 사람들에게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노래를 헤드폰을 통해 들려줬다. 그리고 그들에게 노래의 박자대로 손가락으로 책상을 치게 하고, B 그룹의 사람들에게 어떤 노래인지 맞추게 했다. 정답률은 겨우 2.5%에 그쳤다. 당연히 손가락으로 책상을 치는 소리만으로는 판단이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노래를 직접 들으며 문제를 냈던 A 그룹 사람들의 반응은 달랐다. B 그룹이 문제를 맞혔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물었더니 A 그룹 사람들은 “적어도 반 이상은 맞췄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부분이 실험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이다. 뿐만 아니라 2.5%밖에 못 맞춘 B 그룹에 대해 “바보 아니야? 이것도 못 맞춰?”라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글머리에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보였던 태도와 비슷하다.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은 당연히 남도 알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갇힌 것이다. 이렇게 사람은 무언가를 잘 알게 되면 그것을 모르는 상태를 상상하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본인이 볼 때는 명확하고 쉬운 지식이 잘 모르는 상대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도, 이를 보지 못하고 자신의 수준에서 설명하는 것이다. 말을 못 알아듣는 부하직원을 윽박지르는 상사도 이런 경우다. ‘당연히 알겠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만을 탓하게 된다. 자신이 가진 지식을 ‘상식’으로 생각해버린 것이다. 자연스럽게 그 ‘상식’도 모르는 상대방은 무식한 사람으로 규정되어 무시를 당한다.

갈수록 다변화되고 있는 세상에서 이런 태도가 계속된다면 문제가 커진다. 우선 ‘무식한 사람’으로 규정되어 버리는 사람은 학습의 기회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 ‘이것도 모르는 애한테 무슨 말을 하겠어’와 같은 생각이 말하는 사람의 생각을 지배하면 소통을 대충 하거나, 포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보가 풍부한 주체가 더 많은 지식 보유로 인해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역설적인 이 사실을 쉽게 보여주는 예가 있다. 가끔 우리는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들인 영화가 흥행에 참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보통 영화 배급사들은 상영에 앞서 영화 전문가들이 미리 영화를 관람하도록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영화등급 및 배급 가격을 결정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기준과 시각으로 영화를 평가하고 배급 가격을 맡기는데, 실제로는 높은 등급을 받아 배급 가격이 높게 책정된 영화가 잘 안 되기도 하고, 반대로 낮은 등급을 받아 배급 가격이 낮게 책정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기도 한다. 이는 대중에게 배포될 영화임에도 전문적인 지식에 매몰된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기준대로만 판단했기 때문에 일어난 오류이다.

회사에서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지식이 적은 부하직원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지시를 내리는 상사는 원활한 소통을 통해 함께 팀을 이끌어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맞고 부하직원은 무조건 틀리다는 생각에 매몰되어 올바른 판단과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더 큰 범위로 보면 어떤 제품/서비스를 시장에 내놓고자 할 때, ‘지식의 저주’에 갇힌, 제품/서비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담당자는 대중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수준을 고려하지 못해 자신들의 언어로 마케팅을 한다. 그 마케팅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오랫동안 쌓아온 풍부한 지식은 당연히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정보가 풍부한 사람이 부족한 사람보다 더 노련하고 유리한 삶을 이어나간다는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공들여 쌓아올린 탑에 시야를 방해받아 더 중요한 것을 놓치면 안 된다. 지식의 저주를 푸는 열쇠는 ‘듣는 사람의 눈높이’를 한번 더 생각해보는 것이다.

참고: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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