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디자인 : Context(맥락)와 User(사용자)가 담긴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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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다.

우린 일상생활에서도 ‘디자인’이란 말을 흔하게 사용합니다. 그런데 우린 디자인이란 단어를 어떤 의미로 사용하고 있을까요? ‘껍질’과 ‘알맹이’ 중 디자인의 속성에 더 가깝다고 생각되는 건 어느 쪽일까라고 보통 사람들에게 질문한다면 아마 대부분이 ‘껍질’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예쁘거나 멋진, 있어 보이는, 트렌디한 등의 표현들이 디자인을 수식하는 표현들로 자주 쓰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요.

디자인의 어원을 살펴보면 왜 우리가 디자인을 심미적인 외양과 연결 짓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디자인이란 말은 지시하다, 성취하다, 계획하다 뜻의 라틴어 데시그나레(designare)에서 유래했는데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계획, 설계’라는 뜻입니다.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조형 작품의 설계나 도안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디자인의 사전적인 의미만 보아도 디자인은 단지 외양을 아름답게, 혹은 독특하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이미지 출처: Google Careers

“예술은 ‘개별적 의지의 표현’이다. 이와는 반대로 디자인의 본질은 여러 사람들이 공유하는 ‘문제를 발견하여 이를 해결하려고 애쓰는 절차’에 있다.” – 하라 켄야

우린 흔히 예술과 디자인을 비교합니다. 둘의 차이를 칼같이 구분할 순 없는 것이 사실이나 그들의 역할을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예술은 기본적으로 ‘양산’되는 디자인을 따라올 수 없습니다. 하라 켄야가 이야기한 것처럼 예술은 작가 개인의 ‘속’에 있는 이야기를 무언가로 표현해내는 것이지만 디자인은 수용자가 대중이기에 그 시작 단계부터 대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술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하면 되지만 디자이너는 수용자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할 지, 어떤 이야기에 감응할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좋은’ 디자인 : Context(맥락)와 User(사용자)가 담긴 디자인

어떤 목적을 위한 계획, 설계라는 디자인 본래의 의미로 보면 지금은 그야말로 ‘모두가 디자인하는 시대’입니다.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 분야의 세계적 석학 에치오 만치니(Ezio Manzini)는 한 인터뷰에서 “기존 관습과의 고리를 끊고 더 나은 현실을 상상하고, 이를 어떻게 실현시킬지 생각하는 것이 디자인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좀 더 나은 디자인을 위해서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최근 일본 여행을 다녀온 지인의 SNS에서 이런 곳을 보신 적 없으신가요?

츠타야(TSUTAYA) 서점. 책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서점으로 유명하죠. 국내에서는 츠타야 서점의 혁신을 마르크스 유물론적 관점으로 담아낸 지적자본론(마스다 무네아키) 책이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판매자가 진열하기에 용이한 기존의 인문/소설/수험서 이런 구분이 아니라, 예를 들어 요리 서적 코너에서는 요리법을 담은 책, 요리를 주제로 한 수필, 소설을 모아두고 여성을 가장 잘 아는 직원이 직접 안내하며 다양한 주방 도구를 함께 판매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문화 공간입니다.

츠타야 서점의 혁신을 담아낸 지적자본론에서 마스다 무네아키는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기획자)가 돼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시장은 출판 시장처럼 생산력, 소비가 모두 포화된 ‘써드 스테이지’로 들어섰는데, 이 단계에서는 이미 소비자에게 선택권은 넘치고 넘치므로 생산자는 사용자에게 ‘제안할 수 있는 능력(지적 자본)’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츠타야 서점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왜 사람들이 서점을 찾지 않는지, 서점에 와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서점에 어떤 것을 기대하는지 User(사용자)와 Context(그들의 행동 맥락)을 관찰하고 그들이 서점에 방문할 수 있게 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하고 다시 방문하고 싶게 하며 궁극적으로 소비를 하게 만드는 것이죠.

이미지 출처: vipp

특정한 누군가의 아주 분명한 필요(needs)로 만들어진 최초의 페달 휴지통 Vipp입니다.

우린 언제부터 휴지통을 발로 열게 됐을까요? 지금은 너무도 당연해진 이 페달 휴지통의 시작은 덴마크의 한 가족의 이야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용사였던 아내가 왼손에 쓰레받기, 오른손에 빗자루를 들고 휴지통 뚜껑을 열기 어려워하는 것을 보고 남편이 만들어준 것이 그 시작이었죠. 남편의 단 한 명의 User 아내의 지극히 개인적인 필요에서 시작한 이 디자인은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 많은 사람들의 선망이 되는 고가의 생활용품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디자인의 역할이라고 하면 아주 대단한 것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공공디자인, 그린디자인에서 흔히 요구받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위의 예처럼 왜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서점에 찾아오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비즈니스의 고민 혹은 어떻게 하면 내 아내가 더 일을 편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개인적인 고민에서 좋은 디자인은 태어납니다. 물론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 디자인을 만날 User와 이 디자인을 사용한 Context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대전제 안에서요.

모두가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누군가의 필요를 채워준다는 것이 가능하려면 결국 그 사람의 필요를 알아야 합니다. 필요를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을 알고,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지요. 즉, Context(맥락)과 유저를 이해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기업이 서비스 디자인, 사업기획, 마케팅에 앞서 깊은 고민을 하는 것이지요. 어떠한 상황 중에 어떤 성향의 사용자가 어떤 흐름을 갖고 서비스를 접하는지 어떤 경험을 하는지를 알아야 다음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Persona를 정하고 needs를 발굴하고 user scenario를 구성하는 UX(사용자경험) 기획과 연결이 됩니다. 이런 UX디자인이 수반되었을 때, 제품/서비스를 접한 사용자의 뇌리에서 와!라는 감탄이 터져 나오는 것이지요. 단순히 내가 좋아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그가 필요한 것을 해결해주는 것.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디자이너, UX디자이너 만의 일일까요? 당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든, 예술을 하고 싶은게 아니라면 기억해두세요. 당신도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는 걸.

마지막으로 우리가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할 때 기억해주면 좋을 스티브 잡스의 말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많은 소비자 제품들의 디자인을 보십시오. 외관이 정말 복잡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좀 더 포괄적이로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문제를 풀려고 할 때 머릿속에서 처음 나오는 해결책은 복잡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기에서 멈춰버리지요. 그러나 양파껍질을 벗기듯이 계속해서 그 문제를 파고들며 함께 살다보면 종종 매우 우아하고 단순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게 됩니다.대부분의 사람들은 거기까지 도달하기 위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않습니다. 우리는 고객들이 매우 똑똑하기 때문에 결국 심사숙고 끝에 개발한 제품들을 선택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Steve Jobs – Newsweek 2016.10.14 / 후출처 http://www.multiwri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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