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을 보지 않는다는 것의 의미 – 지적 겸손 (Intellectual hum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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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적자원의 조건 – 구글의 ‘탈스펙’ 추구

구글이 성공한 사람들을 조사했다. 그들의 정확한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몇 년 간 진행된 이 연구는 ‘학벌이나 자격증은 업무 능력과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결과를 냈다. 심지어 구글 인사 담당 부사장 라스즐로 벅(이하 벅)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오히려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이 종종 ‘가장 높은 성과’를 냈다.”며 향후 고졸 인원 채용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람을 뽑을 때 ‘스펙을 보지 않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숫자뿐인 학벌과 자격증 등에서 벗어나 능력 중심의 채용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 좋은 이미지를 위해 말로만 스펙을 보지 않겠다고 하는 건 아닌지, 진짜로 스펙이 중요하지 않다면 왜 그런지, 그렇다면 지원자의 어떤 점을 보아야 하는지 알고 있는가에 대해 여전히 의문 부호가 남는다. 명확하지 않기에 취업 준비생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스펙과 실무 능력은 정말 상관이 없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기업의 인사 담당자라면, 혹은 앞날이 캄캄한 취업 준비생이라면 구글의 연구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목할 점은 구글의 결론이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이 가장 높은 성과를 냈다.’였다는 것이다.


 

벅은 실패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실패로부터 배우는 법’을 모른다고 했다. 성공만을 경험했기에 좋은 결과는 자신의 천재성으로 간주하지만, 나쁜 결과는 자원이 부족하거나 시장이 변했기 때문으로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새로운 지식을 수용하는 ‘지적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한다.

기업은 이런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미친 듯이 논쟁하고, 자신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며 가지고 있던 지식이 더 이상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곧바로 새로움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을 원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지적 겸손(Intellectual Humility)’이며 변화 속도가 빠른 이 세상에서 정말 중요하게 여겨진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적 겸손’은 일류 대학의 졸업생들에게서 특히 더 찾기 힘들었다고 한다. 자신의 능력을 맹신하기 때문이다. 실패를 받아들이지 않고 ‘남탓’으로 돌리는 태도로 인해 새로운 지식에 맞닥뜨렸을 때 이를 수용하는 정도가 낮다는 것이다. 반면 학력과 학벌에서 뒤처져있는 사람일수록 ‘지적 겸손’이 충분하며, ‘가장 뛰어난 결과’는 대학 졸업장은 없지만 이 태도를 갖춘 사람이 냈다고 한다. 이미 실패를 경험해 봤기에 도리어 유연한 태도로 새로운 지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고, 이를 반복하면서 결국에는 일류 대학의 인재를 앞지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고의 성과는 실패를 많이 경험했던, 대학에 진행하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벅은 ‘이들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구성원이 갖춰야 할, 가장 큰 능력이 ‘학벌’이 아닌 ‘학습 능력’이라는 것인데, 실패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일수록 결여되어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 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것의 책임이 젊은이들에게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벅은 많은 대학이 ‘진짜 능력’을 가르쳐 주지 않으면서도 학생들에게 비싼 등록금을 지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많은 대학이 실무와 동 떨어진 지식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역량뿐 아니라 변화하는 세상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사고의 유연함도 저하시킨다. 시야를 넓히고 사고능력을 높여야 할 중요한 시기에 정체된 대학의 교육 때문에 헛발질만 하게되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결국 더 이상 인재를 뽑는데 있어 스펙이 중요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그 스펙이 실제로 필요한 능력을 갉아먹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무조건 일류 대학을 나온 사람이 좋은 인적자원이 될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고졸자가 꼭 낫다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구글이 원하는 최고의 인재는 고졸자가 아니라 ‘학습 능력이 우수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단순히 ‘대학 안 가는게 낫겠네’라는 결론을 내면 곤란하다. 핵심은 자신이 틀렸을 때, 그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것을 ‘배울’ 준비가 되어있냐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태도를 제대로 갖춘 사람이 대학에 진학해서 본인만의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학습한다면 훨씬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대학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분명히 많다. 그렇지만 기억하자. 이를 온전히 자신의 자산으로 습득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연한 태도가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그저 대학을 통해 이름 높은 간판만을 세우려 하는, 즉 좋은 스펙만을 채우려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구글이 ‘최고의 성과는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에게서 나왔다.’라는 연구 결과를 내게 된 이유를 보다 깊이 생각해 봐야한다. 스펙과 실무 능력이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펙에서는 볼 수 없는, 이러한 태도 -‘지적 겸손’과 ‘지적 유연성’-가 훨씬 더 중요하고, 강력한 인적자원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대학 진학 보다는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자. 자존감과 자립심을 가지고 혼자 설 수 있으면서도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하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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