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능력있는 팀원이 좋은 리더는 되기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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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on 6월 5th, 2017 at 05:58 오후

“명 선수는 명 감독이 될 수 없다”

스포츠계에 ‘명 선수는 명 감독이 될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선수로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이 감독의 자리에 앉았을 때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에 생겨난 말이다. 신이라 불리던 디에고 마라도나도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지만 남아공 월드컵에서 그들의 기준에 한참 못 미친 8강에 그쳤고, 대한민국 수비의 기둥이었던 최진철 선수는 포항 스틸러스의 지휘봉을 잡고 1년이 안 되어 12개 구단 중 9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자진 사퇴했다. 의아하다. 명 선수라면 기술적, 전술적으로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을 것은 물론 풍부한 경험과 선수 시절의 명성으로 인한 카리스마 또한 갖추고 있지 않을까? 이렇게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하는 스타 선수 출신 지도자가 흔히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명 선수가 유명 감독이 되기 힘든 이유는 첫째, 선수와 감독에게 요구되는 정신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선수라면 자신이 맡은 임무만 충실하게 수행하면 된다. 물론 팀워크를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만 기본적으로 본인이 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동료의 컨디션이나 기량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감독은 다르다. 감독은 팀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사람이다.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실력부터 동기부여, 심리상태까지 총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선수 시절의 정신 상태로는 힘들다. 선수는 가끔 멘탈이 무너져도 이해해주는 풍조가 있지만 감독은 그래선 안 된다. 이성을 잃은 감독은 자질이 없다고 쉽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둘째, 선수와 감독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다르다.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선수는 지시에 따라 전술을 몸에 익히며 실제로 축구를 하면 되지만, 감독은 실제로 뛰지 않는다. 선수들을 지시하고 지도하며 관리하는 일을 한다. 어떤 일을 직접 하는 것과 관리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잘 하는 것과 지도하는 것도 엄연히 다르다. ‘교육학’이라는 학문이 따로 있는 이유는 잘 안다고 잘 가르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뛰어난 선수였던 자신의 기억 때문에 평범한 선수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위대한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일반적인 선수들이 겪는 어려움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선수들이 다양한 역량과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체감하지 못하고, 실수나 실패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다. 이는 감독에게 치명적이다.

이미지 출처: 인디펜던트

물론 모든 스타 출신의 지도자가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축구의 전설 지네딘 지단은 2016년 1월, 세계 최고의 클럽 레알 마드리드의 지휘봉을 잡았다. 팬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지단은 선수로서는 대단했지만, 감독으로서는 입증된 바가 없다.”라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지단은 보란 듯이 감독이 된 후 3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었고, 40경기 무패 행진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2016년 올해의 프랑스 감독 상도 받았다. 지단 외에도 과르디올라, 베켄바워같이 뛰어났던 선수가 감독으로서도 위대한 업적을 이뤄낸 경우도 적지 않다. “명 선수는 명 감독이 될 수 없다”보다는 “명 선수는 명 감독이 되기 힘들다.”라는 말이 더 적합할 것이다.

지단, 과르디올라, 베켄바워는 뭐가 달랐던 걸까? 아니, 그전에 명 선수가 명 감독이 되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문제를 우리나라 일반적인 회사에서의 인사전략에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모두 좋은 퍼포먼스를 낸 직원이 빠르게 승진하여 관리자의 위치에 서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지 않는가?

조직 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저 사람은 어떻게 부장이 된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능력한 상사를 경험해 봤을 것이다. 대한민국에 만연한 지연, 학연, 연차제를 그 이유를 들며 사회를 원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자, 그런 사람이 너무 많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무능력함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까지 올라갈 수는 없을 것이다.

‘피터의 원리’라는 말이 있다. 위와 같은 문제를 경영학적 관점에서 풀어낸 이론이다.

조직원을 어떤 직책의 책임자로 승진시키고자 할 때, 그 직책에서 요구되는 직무수행 능력보다 지원자가 현재까지 보여 온 업무성과에 기초해 평가하는 경향이 높다는 경영학적 이론

즉, 관리자에게 요구되는 능력과 실무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엄연히 다른데, 실무자는 이를 간과한 채 그저 승진만 바라보고 일하게 될 것이고 인사 담당자 또한 그 역할만을 잘 해낸 사람을 관리자의 자리에 앉힐 것이라는 말이다. 당연히 그런 실무자는 관리자가 갖춰야 할 역량에 대해서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한 채 높은 자리에 앉게 된다. 그들은(대부분은) 과거에는 유능했었지만, 높은 자리에 앉게 되면서 더 이상 유능할 수 없는 단계에 도달해버린 것이다.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한 광고대행사에 뛰어난 팀원이 있었다. 맡겨진 업무를 언제나 꼼꼼하고 훌륭하게 해냈다. 꾸준히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클라이언트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았다. 그는 곧 팀장으로 승진해 3, 4곳 클라이언트들의 광고 캠페인을 관리해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됐다. 여기서부터 삐끗하기 시작했다. 어떤 팀이든 뛰어난 구성원과 그렇지 않은 구성원이 섞여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이를 이해하지 못 했다. 조금이라도 기대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개입했다. 팀장으로서 신경 써야 할 것은 팀이 잘 돌아가도록 팀원들을 독려하고, 모자란 부분을 뒤에서 채워주며 총체적 관리를 해야 하는데, 자꾸 실무에 손을 뻗쳤다. 이는 팀원들의 입장에서는 간섭으로 느껴졌다. 결국 팀장으로서 마땅히 수행해야 할 외부 클라이언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소홀함을 보였다. 어느새 그는 ‘자꾸 자신의 일이 아닌 것에 간섭하고, 정작 자신의 일은 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상사’가 되고 말았다.

전형적인 피터의 원리가 적용된 사례이다. 승진이 곧 무능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저 높은 연봉과 지위만 바라보며 그 뒤에 아찔한 절벽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비단 개인만 아니라 기업에게도 이는 큰 손실이다. 잘못된 인사전략으로 인해 능력 있는 팀원을 잃음과 동시에 무능력한 팀장을 얻는 꼴이니 말이다.

지네딘 지단은 감독이 되고자 할 때 위와 같은 벽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는 걸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는 과거 명성에 기대어 하루아침에 지휘봉을 잡은 다른 감독들과는 달랐다. 선수 시절의 실력과 명성을 모두 잊고, 레알 마드리드 카스티야(레알 마드리드의 리저브 팀)의 감독을 먼저 맡았다.

“2014년 여름 처음 레알 마드리드 카스티야의 감독이 되었을 때 난 첫 3주를 매일같이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일을 했다. 이후에도 시간만 달랐지 늦게까지 일했다. 감독에게 필요한 모든 일을 배워야 했다. 선수와 감독 일은 달랐고 난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지단은, 분명 본인은 그 존재만으로 사람들을 감화시킬 수 있는 위대한 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걸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감독의, 관리자의 영역은 아예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빨리 가기보단 느리더라도 제대로 준비하는 쪽을 택한 지단, 그의 감독으로서의 성공은 우연도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행운도 아닌 철저한 준비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 피터의 원리를 극복하는 방법은 자신의 능력과 올라갈 위치에서의 필요한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올라가는 것에 급급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준비하는 것이다. 일 잘 하는 팀원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더는 ‘내’가 아닌 ‘남’이 잘 하도록 도울 줄 알아야 한다. 실무보다는 관리와 조정, 통제의 업무를 맡아야 한다. 그리고 이에 필요한 능력은 분명 다르다.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도 이와 같은 사실을 항상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현대카드의 정태영 사장은 지난 2014년, 새로운 인사전략을 말하며 ‘실적을 배제’하겠다고 했다. 실적은 인센티브로 보상하고, 승진심사에서는 승진하여 앉게 될 그 자리가 필요로 하는 자질만 평가하겠다는 말이다. 적절한 조치다. 구성원으로서 보인 뛰어난 퍼포먼스는 당연히 보상받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대로 승진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리더로서 갖춰야 할 자질은 업무수행능력뿐 아니라 리더십, 대인 소통 등의 총체적 관리 능력이다.

글 : Editor 정두현 (dhchung@fastcamp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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