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제품에 대해 먼저 말하지 마라. 브랜드 마케팅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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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on 2월 9th, 2017 at 06:32 오후

모두가 배달의 민족의 성공 요인에 대해 브랜드 마케팅을 말한다. 이제는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재치 있는 옥외 광고물부터 무료 한글 폰트, 365 우유 안부 캠페인까지, 사람들을 웃게 하는 그들의 센스 있는 마케팅 활동은 우리의 인식을 훔치기에 충분했다. 이제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넘어 배민의류, 배민프레시, 배민문방구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배달의 민족의 우아한 행보는 많은 젊은이와 기업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하지만 항상 궁금했다. 배달의 민족의 마케팅 활동이 대부분 ‘배달 애플리케이션 회사’라는 정체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어떻게 처음부터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왜 계속해서 ‘우리 서비스 좋아요.’라는 메세지가 아닌 뜬금없는 메세지를 던졌을까? 그저 타겟인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문구와 이미지였으니까?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저서로 유명한 사이먼 시넥은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떠한 일을 할 때 ‘무엇을(WHAT)’, ‘어떻게(HOW)’, ‘왜(WHY)’의 순서로 사고하는데, 이는 본질을 잃을 수 있는 접근 방법이다. 그 일을 하는 이유, 즉 ‘왜’에 대한 대답부터 할 수 있어야 한다. 영감을 주는 리더와 단체는 이렇게 사고한다. 애플이 항상 혁신적일 수 있는 것은,라이트 형제가 유인 비행을 발명해 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왜’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마케팅 활동이 ‘왜’가 아닌 ‘무엇을’ 에서부터 시작한다. 컴퓨터를 판매하는 회사로 가정하면 “우리는 훌륭한 컴퓨터를 만들어.”(무엇을), “그것들은 매우 아름다운 디자인을 자랑하고 사용하기도 편리하지.(어떻게)”, “우리 제품을 사주지 않을래?”의 순서인 거다. 이러한 순서가 가장 익숙할 것이다. 심지어 ‘왜’에 대한 내용은 담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순서로는 소비자를 설득하기 힘들다고 한다. 실제로 같은 방식으로 마케팅을 진행한 델(DELL)의 MP3나 게이트웨이의 평면 스크린 TV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부터 시작했다는 애플의 경우를 보자. 그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뭐가 달랐던 걸까? 계속해서 창의적일 수 있는, 소비자들을 움직일 수 있는 ‘왜’부터 시작하는 사고방식이란 어떤 것일까?

 

“우리는 기존의 세상에 도전하려 한다.”

 

‘우리는 기존의 세상에 도전하려 한다.’ 이것이 애플이 우리에게 처음 던진 메세지다. 애플은 어떤 제품을 판매한다고 말하기 전에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왜)에 대해 먼저 정의했다. 그리고 나서는 ‘기존의 세상에 도전하는 우리의 방식은 다른 사고를 통해 새롭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입은 간단하고 편리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존재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어떻게)으로 그들이 제품을 만드는 방식을 댄 것이다. 그다음에야 아이폰과 맥이라는 애플의 제품(무엇을)이 나온다. 애플의 핵심은 제품 하나의 스펙이나 디자인이 아니라 모든 제품 각각에 녹아들어있는 존재 이유, 즉 신념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신념에 반응했고 지갑을 열었다. 이것이 ‘컴퓨터 회사의 MP3’라는 말이 애플의 경우에서는 자연스럽지만 제품의 스펙이나 디자인만 강조했던 델의 경우에는 부자연스러운 이유다. 사람들은 기업이 ‘하는 일’을 구입하지 않았다. 그들의 ‘신념’을 구입했다. 시넥은 ‘왜->어떻게->무엇을’로 이어지는 이 구조를 ‘골든 서클’이라고 명명했다.
사이먼 시넥과 골든 서클, 이미지 출처: TED

 

사이먼 시넥은 이 놀라운 사실이 그의 의견이 아니라 생물학의 원리라고 했다. 인간 뇌의 제일 바깥 부분인 ‘신피질’은 이성과 분석적 사고, 그리고 언어를 담당한다. 그 안쪽 뇌의 깊은 부분은 ‘변연계’이며 감정을 조절한다. 충성심이나 믿음 같은 것이며 인간의 행동을 포함한 모든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변연계’가 ‘판단’과 ‘행동’을 이끌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부분에 자극을 받을 때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골든 서클’은 이러한 두뇌구조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뇌의 깊은 부분인 ‘변연계’에 해당하는 것이 골든 서클의 ‘왜’에 해당하는 부분이며 바깥쪽으로 가면서 ‘어떻게’와 ‘무엇을’에 해당하는 부분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왜->어떻게->무엇을’로 이어지는 흐름이 강력한 이유는 직관에 호소하여 판단과 행동을 이끄는 변연계를 먼저 자극하기 때문이다. 변연계는 언어를 담당하지 않기에 ‘왜’를 말하는 기업에게 설득당한 사람은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 그래서 애플의 팬에게 애플을 선택한 이유를 물어보면 디자인이나 브랜드 마케팅 같은 대답을 하지만 실제로는 애플의 ‘신념’에 반응한 것이며 이를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렇게 대답하는 것이다.

 애플뿐 아니라 사람들을 움직이고 끊임없는 성공을 이뤄내는 기업은 모두 골든 서클의 순서에 따라 사고한다고 한다. 이것이 제대로 된 브랜드 마케팅이다. 결국 모둔 일에 앞서 자신의 업에 대해 정의하고 본질적인 ‘왜’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명확해지면 그 이후 일하는 방식과 생산해내는 제품/서비스 하나하나에 신념이 스며들게 되고 사람들은 신념에 반응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주고자 한다.”

 

배달의 민족은 배달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으로 정의하고 그 행복을 만들어주는 매개로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그래서 ‘쉽고 편리한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행복한 시간을 보내라’는 메세지를 보냈다. 배달의 민족의 뜬금없는 마케팅 활동이 자연스러웠던 이유는 익살스러워서가 아니라 그들이 ‘왜(WHY)’에서 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 배달의 민족은 재미있고 공감 가는 일들을 하기로 했다. 이것이 그들이 시작의 신념을 이루기 위한 방법, 즉 ‘어떻게(HOW)’였다. 그래서 판교역에 시민들의 사연을 담은 옥외광고를 세우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한글 폰트를 만들어 배포하고 독거노인을 위해 우유 배달을 한 것이다. 이 모든 캠페인들과 편리하고 쉬운 배달 애플리케이션은 배달의 민족이 세운 자신의 존재 이유와 이루기 위한 방법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온 서비스, 즉 무엇을(WHAT)이었다.

이미지 출처: 배달의 민족 블로그

 

한글 폰트를 만들고 문구를 팔고 우유 배달을 한 것은 모두 ‘소비자들이 더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는 배달의 민족의 신념이 서비스와 제품 하나하나에 스며들었기 때문이며 이는 그들의 업을 정의하는데서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애플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배달의 민족의 팬이 된 우리는 그들의 성공 요인을 편리한 애플리케이션이나 재치 있는 문구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모두 그 신념에 감화된 것이다. 그리고 신념이 브랜드 마케팅의 시작이다.

이 말은 개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무슨 일을 하는지 말하기 전에 그 일을 ‘왜’ 하고 있는지에 대해 먼저 생각하자. 이유를 먼저 생각한다면 시야가 넓어질 것이며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중심이 하는 일이 아니라 신념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살아간다면 그렇지 못했을 때보다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모두 ‘왜’에서 부터 시작했다. 큰 꿈을 꾸고 있다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싶다면 먼저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정의하자. 내가 지금 하는 일의 이유를 생각해보고 명확히 떠오르지 않는다면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