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영어와 트럼프의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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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 트럼프가 하는 얘기는 대충 다 알아듣겠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연설을 들으시던 우리 모친 왈, “얘, 트럼프가 하는 얘기는 대충 다 알아듣겠다.”

어머니는 지난 1년간 예비 사위와 영어로 대화를 해보겠다며 열심히 공부하셨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미국 대통령 연설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라니. 실력이 향상된 것도 있겠지만, 트럼프의 영어도 아주 어려웠던 건 아니었나 보다.

모든 미국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영어는 다 잘한다. 그들의 모국어이므로 영어를 잘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어떤 영어”를 구사하는지는 아예 다른 이야기다. 실제 우리 주변에서도 논리적이고 고급스러운 한국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을 찾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고급스러운 언어 구사력 (linguistic sophistication)은 단순히 단어를 많이 외우고 연습을 많이 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전문 및 배경 지식을 공부하고, 여러 스타일의 언어를 공부했을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 정치인들의 연설용 영어 (public speaking language)는 일반 회화(general English)와는 수준이 다르다. 내용의 쉽고 어려움을 떠나서 표현의 다양성 (diversity of expressions), 언어의 고급짐 (sophistication of language), 그리고 마음이 움직이는 전달력 (emotionally poignant delivery)이 수준 높은 조합을 이룬다. 그리고 이것이 정치인의 연설을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만든다.

이미지 출처: ABC

하지만 트럼프의 연설은 조금 달랐다. 지난 미국 대선이 치뤄지는 동안 들을 수 있었던 트럼프의 연설은 굉장히 명민한 (shrewd) 지성인인 (intellectual) 대통령의 연설답지 않게 아주 ‘쉬운 영어’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전 대통령이 보여줬던 고급스러운 영어와는 거리가 있었다. 트럼프는 쉬운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스피치 라이터가 따로 있었겠지만 결국 제시된 내용을 연설자가 얼마나 잘 소화하느냐에 따라 내용의 난이도도 바뀐다. 그러므로 연설문도 트럼프의 언어 수준에 맞춰 쓰여졌을 것이다.

트럼프의 연설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연설과 비교해보자. 오바마는 쉬운 단어를 쓰는 듯하지만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양한 비유를 많이 쓰고 꽤 철학적이며 함축적인 표현들(philosophical and abstract expressions)도 종종 나온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득 법칙 3가지(3 Modes of Persuasion by Aristotle-Logos, Ethos, Pathos)에 매우 충실하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Bigly(Big+ly)” 같은 “얼토당토않은 단어 (ridiculous words)”를 사용하며 서양 수사학의 역사상 가장 큰 수치심 (shame and embarrassment in the history of rhetoric)을 남겼다고 평가된다. 실제 지난 2016년 11월 열린 미국 커뮤니케이션 학회 (National Communication Association)에서 저명한 수사학자(rhetoricians)들은 4일간 트럼프의 연설에 신랄한 비판(acerbic criticisms)들을 서슴지 않았다.

이미지 출처: The New York Times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자. 2009년 오바마의 취임사(inauguration speech)와 2017년 트럼프의 취임사를 비교해보면 사용하는 단어 난이도, 고급스러운 표현력, 그리고 전달하는 화법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인다. 시적인 표현, 비유, 수사학적인 오바마의 고급스러운 연설과 비교하면 트럼프의 연설은 쉽고, 비유가 거의 없으며, 표현들이 단순하다.

2009년의 오바마의 연설을 보면 초반에는 “humbled by the task before us(우리에게 맡은 소임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grateful for the trust you have bestowed (국민께서 주신 신뢰에 감사한다), mindful of the sacrifices borne by our ancestors (선조들의 희생을 유념하며)” 등 극존칭에 가까운 정중한 영어 표현을 사용했다. 또한 다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accept, thankful, given, keep in mind 등의 단어를 쓰는 대신격식을 차린 단어인 humbled, grateful, bestowed, mindful 등을 사용했다.

반면 트럼프는 “now joined in a great national effort to rebuild our country (미국을 재건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기 위해 함께한다)” “restore its promise for all of our people (모든 국민께 다시 한번 약속을 한다)” 과 같은 간단하고 일상적인 영어 표현을 사용했다. “Joined”, “great” “rebuild” “restore” 등 모두 기본 영어 단어장에 나오고, 대한민국의 하드코어 영어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독해에 전혀 문제없는 어휘들이다.

연설의 중반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찾을 수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words have been spoken during rising tides of prosperity and the still waters of peace (우리의 발언들은 번영의 파도와 잔잔한 물과 같은 평화 가운데에 구사된다)”, “the oath is taken amidst gathering clouds and raging storms (매우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이 서약을 한다)”와 같은 함축적인 비유를 했다. 우리가 잘 아는 “in the middle of” 대신 “amidst”를, “difficult situation” 대신 “gathering clouds and raging storms”와 같은 비유를 사용한 것이다.

이미지 출처: Politico

여기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반대되는 느낌을 준다. “we will determine the course of America and the world for many, many years to come (우리는 앞으로 미국과 전 세계의 향후 몇 년간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다)”, “We will face challenges, we will confront hardships, but we will get the job done (도전을 직면하고, 어려움을 겪겠지만, 이 모든 임무를 완수할 것이다)” 등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오바마의 연설에서 봤던 우아함이나 고급스러움은 찾기 힘들다.

그렇다면 오바마의 영어가 트럼프의 영어보다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일까? 물론 기술적인 면에서 오바마의 영어가 한 차원 높은 구사력을 요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영어를 배우는 입장’인 우리들이그저 고급스러운 오바마의 영어만을 좇는 것은 옳지 않다. 수사학자들은 트럼프의 영어가 서양 수사학의 역사에 수치심을 남겼다고 강하게 지적하지만, 그의 ‘쉬운 영어’에도 매력이 있다. 오바마처럼 고급지진 않지만 직설적이고 비유가 없다. 즉 군더더기가 없다. 그래서 그의 표현은 모든 사람들이 큰 해석과 고민 없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의미 전달이 명확히 된다는 말이다. 멋은 없을 수 있지만 언어, 연설의 목적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영어다. 특히 교육 수준이 비교적 낮은 사람들에게는 트럼프의 영어가 더욱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영어를 배우는 우리도 이러한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다를 뿐이다.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느냐가 아니다. 만약 깊이 있고 수준 높은 영어 구사를 하고 싶다면 오바마 전 대통령 같이 고급스럽고 생각을 끌어내는 표현들을 공부하는 것이 목표가 될 것이다. 반면 간단한 표현을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직관적인 이해를 하도록 만드는 영어를 구사하고 싶다면 트럼프의 영어를 학습 예제로 참고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에 매몰되지 말고, 영어 학습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본인에게 맞는 학습법을 찾자. 대통령 연설을 공부하는 것은 영어 학습의 아주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고급스러운 영어 표현을 익히고자 한다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연설로 학습하는 것을, 다소 직설적일지라도 어렵지 않은 일상 영어로 다양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로 학습하는 것을 추천한다.

By Min Kim (M.A., Communication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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