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 공부를 결심한 디자이너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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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on 3월 28th, 2017 at 12:08 오후

“계속해서 부족함을 느낀다면 그 부분을 채워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나만의 우물 안에서 헤매고 말 테니까.”

미국 뉴욕 소재 스타트업 ‘Poptip’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매력이 넘치는 직업이었다. 젊은 나이에, 뉴욕에 위치한 회사에서, 또래들과 재미있는 일을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멋진 일이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현실은 달랐다. 특히 아이디어를 구체화된 실물로 구현해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 프로그래밍 쪽 지식이 없는 나는 개발자들과의 소통에서 계속 어려움에 부딪혔다. 원활한 소통이 힘들다는 것은 치명적이었다. 스타트업에서는 모든 부서가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하기에, 소통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진입 장벽이 높은 ‘개발’이라는 분야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것과 미국을 떠나 한국에 다시 들어와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계속해서 부족함을 느낀다면 그 부분을 채워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나만의 우물 안에서 헤매고 말 테니까.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대학에 진학했다. 경영을 전공했지만 필수 교양 수업으로 디자인 수업을 들은 뒤, 이 분야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디자인을 부전공으로 공부하고 복수 전공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다 4학년 때, SNS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얻은 인사이트를 토대로 마켓 리서치를 하는 스타트업인 Poptip의 창업자이자 나와 디자인 수업을 같이 들었던 친구에게서 페이스북 메세지를 받았다. 그 친구가 시작한 사업을 같이 하자는 제안이었다. 당시에는 큰 뜻이 있었다기 보다 뉴욕에 있는 회사에서 젊은 사람들과 재미있는 일을 한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막연한 기대를 갖고 합류했다. 그곳에서 제품 디자인을 맡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나는 개발을 잘 몰랐기 때문에 모든 작업이 코딩을 통해 눈에 보이는 실체로 구현되어야 하는 회사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웹도 각각의 특징과 제약이 있기에 상황에 따라 맞는 전략과 디자인이 필요했다. 그런데 지식이 부족하니 모르는 게 생길 때마다 개발자에게 물어보기를 반복해야 했다. 내가 하면 2주가 걸리는 일을 다른 사람들은 겨우 이틀 만에 해내기도 했다. 계속해서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컸는데 뜻대로 안되니 답답했다.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나름 열심히 해왔고, 내 분야에서 실력을 탄탄히 키워 왔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달랐던 것 뿐이었으니 말이다. 멘붕이 와서 퇴근하고 드라마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도 난다.

그럼에도 내가 계속할 수 있었던 건, 포기하지 않고 더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 할 수 있었던 건 좌절보단 오기가 생겼다는 생각과 이 일이 어렵지만, 재미있고 나랑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디자인과 달리 제품 디자인은 보다 명확하게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개발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하는 내가 개발을 배운다면 실제 제품과 디자인의 갭 또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개발은 자신만의 언어가 있기 때문에 실체를 만들어내는 회사에서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개발 지식을 쌓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나와 맞지 않는 옷이지만, 제대로 공부한다면 언젠가 내게 어울리는 옷이 될 것이고, 이는 나를 몇 계단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먼저 미국의 프론트엔드 개발 수업에 대해 알아봤다. 나는 나처럼 기반 지식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 실력을 쌓기 위해서는 기초부터 다져나가는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했는데, 미국의 교육과정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과제를 주고,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과제에 대해 토론하고 생각한 바를 나누며 실력을 쌓아가는 식이라고 했다. 이런 방식은 어느 정도 기반 지식을 쌓아와서 혼자서도 학습이 가능한 사람에게는 유용했지만, 나에겐 너무 어려웠다. 수강료도 비싼 편이었다. 그래서 더 나은 교육 과정에 대해 계속해서 조사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이 패스트캠퍼스였다. 페이스북에서 친구가 좋아요를 눌러 내 타임라인에 떴는데, 관심 있었던 파이썬과 자바 스크립트 강의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리고 좀 더 알아보니 ‘프론트엔드 개발 SCHOOL’이라는 3개월 풀타임 과정이 있었다. 처음부터 탄탄히 다져가고 싶었던 내게 꼭 맞는 수업이었다. 미국에서는 그와 같은 수업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과 개인적인 사정이 서로 맞물렸다. 그렇게 나는 한국에 다시 들어와 3개월 간 프로그래밍 공부에 집중하기로 했다.

친절한 수업이었다. 강사님이 차근차근 설명해주셨고,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계속해서 봐주셨다. 그렇게 탄탄한 수업을 듣고 실습을 해보는 과정을 끊임없이 되풀이 헀다. 또한 디자이너 출신이신 야무 강사님은 매번 디자이너 입장에서 개발을 설명해주셨다. 그러다 보니 보다 철저한 이해가 가능했다. 디자이너인 내게 꼭 맞는 수업이었다.

그렇게 인텐시브한 3개월을 보냈다.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것을 얻었다. 이 과정을 통해 실질적인 기술뿐만 아니라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얻을 수 있었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시대다. AngularJS 2 등 새로운 언어가 계속해서 업데이트되는 만큼 끊임없이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전 같았으면 내 발전 속도보다 훨씬 빠른 기술의 발전에 체해버렸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공부하면 되지 뭐’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물론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3개월 간의 공부를 마치고, SCHOOL 과정의 마지막 채용 연계 행사인 HIRING DAY에서 스타트업 채용 플랫폼 로켓펀치의 대표님을 만났다. 나는 그분에게서 무언가 특별함을 느꼈다. 안 될 것 같은 일도 되게 할 수 있는 분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스타트업은 사람을 보고 들어가야 하는 곳인데, 그런 캐릭터를 가진 분이 운영하는 회사는 정말로 어떻게든 된다고 믿었다. 그렇게 로켓펀치에 합류했다.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한국에서 디자이너로서 일하기 좋은 회사를 찾게 되면서, 일단은 한국에 머물며 커리어를 쌓아 나가기로 결정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렇게 나는 이제 스타트업 채용 플랫폼 로켓펀치에서 예전에 했던 일과 같은, 제품 디자인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내가 디자인하는 서비스에 대해 더 깊은 이해도가 있기에 작업의 완성도가 높다. 이는 모두 개발자와 훨씬 수월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제품 디자이너에게는 웹 환경 제약 아래 의사 결정을 내리는 상황이 끊임없이 주어진다. 프로그래밍 공부를 한 나는 의사 결정을 한결 쉽고, 정확하게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웹사이트가 현재 갖고 있는 불편함에 솔루션을 제시하고, 함께 기획에 참여하여 유저 스토리도 고려한다. 처음에는 마인드맵이나 차트를 활용해 아이데이션을 하고 와이어 프레임을 만든 후 디테일을 고려한다. 그다음 디자이너와 함께 스타일 작업을 하고, 이 스타일에 맞춰 와이어프레임에 입히는 작업을 진행한다. 웹 애니메이션도 제작하는데, 기능이 나오거나 데이터와 연결되기 전의 비주얼적인 설계를 만든다고 보면 된다. 개발자들이 훨씬 이해하기 쉬운 방법이며, 나 또한 소통하기 편하다. 앞을 가로막던 문제들이 해결되니 더 앞으로 나아가며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뉴욕에 있을 때, 나는 디자이너라는 생각으로 그곳에서 멈췄다면, 분명 성장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내가 더 발전해야 할 부분을 파악하고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을 따라가기로 한 것이 결과적으로 더 큰 도약을 가능하게 했다. 확실히 이 세상에서는 그저 안주하려는 마음으로는 더 높은 곳으로, 먼 곳으로 나아갈 수 없다. 필요성을 느낀다면, 용기를 내길.

프론트엔드 개발 SCHOOL 수료생 정예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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