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차 산업혁명, 연결과 지능화 – 낙관론과 비관론의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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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on 2월 8th, 2024 at 04:43 오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학계와 미디어에서도, 얼마전 치뤄진 19대 대선에서도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러번 나왔다. 변화의 핵심은 사물 인터넷, 인공지능, 유비쿼터스 모바일, 기계학습 등의 기술을 통해 모든 것이 연결되고 지능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정치, 경제, 사회 체제 모두 근본적 으로 급격하게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변화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너무 약하고 준비도 되어있지 않다는 우려를 덧붙이면서 말이다.

일각에서는 근거가 빈약한 불안을 주고 있을 뿐이라는 의문스러운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돌이켜보자. 디지털 기술과 숙박을 연결한 에어비앤비, 자가차량 소유자들을 디지털 기술로 연결하는 우버와 같은 기업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찾아볼 수 없었던 형태의 기업이었지만, 에어비앤비는 호텔을 대체하고 여행의 개념을 새로 정립하고 있으며, 우버는 기존 택시 업계를 대체하고 무인 자동차 시대를 열어가며 기존의 관념을 깨고 큰 파괴적 혁신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변화는 이미 우리 삶에 가까이에서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인공지능과 P2P대출 같은 금융 혁신으로 줄어든 금융 분야 일자리 때문에 금융 3종 자격증을 고생해서 따가며 금융권 취업을 목표했던 대학생들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지 않았는가. 새로운 기술에 맞닿아 있는 사람뿐 아니라 취업 준비생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변화는 단적인 분야가 아니라 넓은 범위에 걸쳐 빠르게,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클라우스 슈밥, 이미지 출처: CNBC

새로운 변화에 대한 세상의 관심은 2010년 독일 정부가 ‘Industry 4.0’을 언급하면서 시작됐고,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세계경제포럼의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교수가 이러한 변화를 ‘제 4차 산업혁명’으로 이름지으면서 깊어졌다.

이 거대한 변화를 어떻게 규정지어야 할 지, 사람들이 부르고 있는 명칭의 속성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클라우스 슈밥도 “4차 산업혁명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다.”라고 말했으며, 여러 전문가들도 ‘제 2의 기계시대’와 같은 다른 이름으로 부르거나, 혹은 이전 산업혁명의 다음 단계라고 부르기엔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수많은 변화들이 공통으로 지니고 있는 속성이 있고, 이전과는 다른 변화가 거대하고 총체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명칭이 되었건 불어닥치고 있는 변화를 규정하고 이해하려는 시도는 꼭 필요하다. 나아가 명확한 이해를 토대로 한 일관된 담론이 형성되어야 걷잡을 수 없는 혁신을 관리하고 혼란을 완화시킬 수 있다.

이 글은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는데 있어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쓰여졌다. 책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을 토대로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이 ‘거대한 변화’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지에 대해 거시적 관점에서 말하고자 한다. 이후 마케팅, 교육, 일자리와 직장생활, 기회와 필요한 역량, 기업·정부·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에 대해 총 6회에 걸쳐 다룰 예정이다.

정의

“사물 인터넷, 모바일, 인공지능, 기계학습 등의 새로운 기술을 통해 ‘ 모든 것이 연결되고 지능화되고 있는 변화.”

제 4차 산업혁명은 유비쿼터스 모바일 인터넷, 저렴하면서도 작고 강력해진 센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등을 통해 모든 것이 연결되고 지능화된다는 특징을 가진 변화를 일컫는다.

디지털화와 정보통신기술의 광범위한 힘을 기반으로 무인운송수단, 3D 프린팅, 첨단 로봇공학, 신소재등의 ‘물리학 기술’,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공유경제 등의 ‘디지털 기술’, 유전공학, 합성생물학 등의 ‘생물학 기술’이 결합하고 융합되어 지금껏 접해보지 못했던 기술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면서 생산기기와 생산품의 상호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나아가 사람과 기기의 소통까지 가능하게 하는 총체적인 변화다.

가져올 변화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들은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 <세계경제포럼보고서>에서 향후 10년 안에 발생할 일들을 리스트 업 해둔 ‘2025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보면 보다 쉽게 느낄 수 있다.

모두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크게 미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변화들이다. 그만큼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하고, 대비해야 하는지 시사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아니 아직도 상상하기 어려운 기술들을 맞이할 수 있고, 심지어 그 시기가 그리 멀지 않았다. 몇가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체내 삽입형 기기는 사람과 기계를 더욱 밀접시키는 기술이다. 손짓만으로 자동차의 문을 열 수 있고, 핸드폰의 비밀번호를 입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애플워치, 갤럭시 기어로 이미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웨어러블(wearable) 인터넷은 옷을 통해 아기의 호흡과 자세, 수면 활동들을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이미 구글, 테슬라, 아우디 등의 기업에서 계속해서 실험결과를 내놓고 있다. 인간은 이동 시간을 활용하여 보다 생산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고, 노년층이나 장애인의 이동성 또한 향상될 것이다. 세계경제포럼보고서는 2025년에는 미국 도로를 달리는 차들 중 10%가 자율주행자동차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 기업 이사회가 인공지능의 의사결정에따라 주요 사안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다. 인공지능은 과거의 데이터와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쉽고 빠르면서도 정확한 판단을 해낼 것이다.

–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는 분산된 방식으로 거래를 기록해 신뢰성을 높이는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가능했다. 블록체인은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공개함으로써 거래 때마다 이를 대조해 데이터 위조를 막는 기술이다. 모든 거래가 저장되는 글로벌 거래원장 역할을 하면서 투명성이 증가될 것이다.

공유경제는 우버(uber)나 리프트(lyft)에서 이미 볼 수 있듯이, 기술 기반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들이 자신의 재화나 서비스를 공유·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세계경제포럼보고서에서는 2025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자가용보다 이러한 카셰어링을 통한 여행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이상 자산을 쌓아두는 것 보다는 플랫폼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다.

– 사회 연결망 시스템을 통해 보다 쉽고 효과적으로 개개인이 미디어가 되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다. 전통적 미디어 뿐 아니라 권력 감시 기구까지 시민의 제보와 참여가 대폭 늘어나 탄생할 시민 저널리즘은 여태까지 언론이 이해관계에 따라 사회에 미치던 영향을 대폭 축소시킬 것이다.

야기할 수 있는 문제

세계경제포럼보고서의 2025 티핑 포인트를 보면 세상은 갈수록 살기 편해지고 여태껏 안아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이 거대한 변화가 가져올 문제들도 만만치 않다.

노동력의 위기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로 10년 내 대체될 국내 일자리만 1,800만 개가 넘을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이미 일부 분야에서 단순 반복 업무나 정밀한 육체노동은 자동화 되었고, 이러한 추세는 변호사, 의사, 회계사, 기자 등 여러 직종으로 뻗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새로운 산업혁명으로 새 일자리들이 창출될 수 있지 않을까?” 맞다. 과거 기술혁신이 있었을 때도 원래 있던 일자리에 대한 위협이 있었지만 새로운 기술에 따라 생겨나는 일자리가 빈자리를 메웠다.

하지만 이 시대에 새로이 창출되고 있는 직업은 과거의 산업혁명으로 인해 발생한 직업의 수보다 현저히 적다. 새로운 산업 분야로 진출한 노동력의 수치가 1980년대에는 8%, 90년대에는 4.5%였던 반면 21세기로 들어와서는 고작 0.5%에 그쳤다. 게다가 어떤 자동화 기술이 노동을 대신하게 될지 그 범위조차 알 수 없으니 근본적인 불확실성은 그 어느때보다 크다.

불평등

앞서 말한 기술 혁신들은 선진국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자본과 설비가 충족되어 있어야 맞이할 수 있는 변화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의 경우 여전히 과거 기술혁신의 영향력조차 제대로 미치지 못한 곳이 많다. 선진국이 스마트 팩토리 등의 자동화로 노동력 자체를 메리트로 생각하지 않게 된다면 저렴한 노동력이 경쟁력이었던 개발 도상국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기본적인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지 않으니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격차는 갈수록 커질 수 밖에 없다.

공공 및 개인 정보 관리

4차 산업혁명 하에서는 개인과 인터넷의 상호 연결성이 늘어나면서 프라이버시에 대한 문제가 커질 것이다. 하버드 대학교의 정치철학자인 마이클 센델은 “우리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여러 기기를 통해 편리함을 취하는 대가로 기꺼이 사생활을 제공하려는 경향을 점점 더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미 미국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에서도 일부 드러났듯이 기술 발전은 사생활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나날이 발전하는 IT가 소설속에서나 보던 거대 감시 도구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생활이 노출되어버릴 때, 이를 누가 책임지려 들 것인가?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은 한참 뒤처져있어 보인다.

윤리

사람들은 변화에 대한 적응을 요구받을 것이다. 하지만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인해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혹은 낮은 경제적, 사회적 능력으로 인해 그렇게 할 수 없는 자로 나뉠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 그리고 그것이 심화될 수록 야기될 정체성의 차이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의도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하여 ‘맞춤형 아기’를 가질 수 있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수명이 연장될 수 있고 선천적 장애를 예방할 수 있으며 신체적, 심리적으로 더 건강한 자녀를 키울 수 있겠지만 유전자 데이터의 오용, 비싼 비용 때문에 심화되는 불평등, 사람을 사람의 의도대로 만든다는 비윤리에 대한 반발, 안전성에 대한 우려 등. 마주한 적 없는 문제에 당황하게 될 것이다.

낙관론과 비관론의 사이에서

사실 기술 혁신, 산업혁명 때마다 낙관론과 비관론은 팽팽했다. 1980년대 미국에 ATM이 보급될 당시, 기술 보급에 비관적인 사람들은 은행원의 대량 실업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들의 예상대로 은행 창구 직원은 3분의 1로 줄었다. 하지만 은행을 설립하고 유지하는 비용이 줄어들면서 은행의 지점 수는 40%나 증가하게 됐다. 입출금과 같은 단순 반복 업무를 하던 창구 직원들은 금융 상품 소개, 비교 평가하는 업무로 옮겨가게 됐다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일자리가 늘어난 셈이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바람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지, 아니면 혼란과 불행을 가져다 줄지 명확히 알 수는 없다. 분명 인류는 마주할 변화의 영향력에 있어 아직 미지의 영역에 있다. 또한 인간의 창의력과 적응력은 경이로울 정도라는 것은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기에 닥쳐올 문제에 대해 어떤 돌파구를 찾아낼 것인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전과는 다른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거다. 속도와 범위와 깊이, 그리고 시스템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렇다. 불확실성도 그 어느때보다 크다. 지금 우리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본질적인 것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날 것임을 인정하고 혁신이 주도하는 생태계에 적응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런 고민 아래에서 계획하고, 고민하고, 공부하는 사람만이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출처: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클라우스 슈밥, 새로운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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