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사다리가 아닌 정글짐에 올라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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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on 4월 28th, 2021 at 06:39 오후

 

“커리어는 사다리가 아니라 정글짐입니다.”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흙 좀 밟아본 사람이라면 정글짐과 구름사다리를 기억할 것이다.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사다리와 다르게 사방으로 뻗어 있는 정글짐은 오르는 이가 자신만의 경로를 만들어갈 수 있다. 이런 특징을 살려 사다리와 정글짐을 커리어에 비유한 말이 있다. 쉽게 높은 곳까지 오르고 싶다면 사다리를 택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커리어 사다리는 놀이터 사다리와 달리 튼튼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다리 위가 끊겨 있거나 장애물이 있다면 내려오는 것밖에 도리가 없다. 그래서 사다리보다 유연한 이동이 가능한 정글짐이 커리어 패스에 더 어울린다. 눈앞의 길이 막혀 있더라도 옆으로, 때로는 아래로 이동해 나만의 길을 개척한다면 더는 나아갈 길이 없어 당황할 일은 없다.

 

셰릴 샌드버그의 2012년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 축사 영상 번역본 (공식 영상 출처 = https://youtu.be/2Db0_RafutM)

“옆으로 움직이거나 내려가기도 하고, 계속 나아가거나 다른 곳으로 떠나기도 하세요. 이력이 아닌 능력을 쌓으세요. 다른 사람이 이름 붙인 당신의 직함이 아니라 당신의 능력 자체를 평가하세요.”

커리어 정글짐 비유를 널리 퍼뜨린 장본인은 페이스북 COO 셰릴 샌드버그다. 그가 하버드 경영대학원 수석 졸업, 미국 재무부 비서실장 출신이라는 스펙을 뒤로 하고 2001년 선택한 곳은 실리콘밸리라는 정글짐이었다.1) 2001년 사업부조차 없던 초기 구글에서 4명의 팀원을 관리하는 사업부 총괄 관리자로 합류한 것이다. 이후 약 7년간 구글의 핵심 사업인 온라인 광고 부문을 이끌며 부사장으로 활약하다 2008년에는 페이스북으로 걸음을 뗀다. 페이스북에 ‘좋아요’ 버튼도 없던 시절 COO로 이직, 페이스북의 광고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 그의 입사 8년 만에 매출을 65배 이상 상승시키는 등 큰 성과를 이뤄냈다.2)

타임지 표지를 장식한 셰릴 샌드버그, 그는 2017년에는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4위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사진 출처=TIME)

그가 기업 규모, 명함에 찍혀 나올 직함을 고려했다면 구글과 페이스북이라는 로켓에 올라타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2018년 기준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시가총액은 세계 2위, 페이스북은 6위에 달한다. 2001년, 2008년 각각 시가총액 1위를 기록했던 GE, Exxon Mobil이 10위권을 벗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사다리 걷어차고 정글짐에 오르기

회사의 규모, 안정성처럼 고전적으로 커리어 선택의 기준으로 여겨졌던 것들이 더는 성공의 잣대로 기능하지 않는 시대다. 유망해 보였던 직업이 기술의 발전으로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분야의 발전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직업이 생겨나기도 한다. 1930년대 200명 이상이 종사한 전화교환원 직업은 장거리 자동전화 개통되자 사라졌다. 지금은 채용공고를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앱 개발자는 애플이 2007년 첫 아이폰을 출시하기 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직업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커리어 패스를 사다리처럼 일직선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안전하지 못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2016년 한국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6.4년이다. 정년을 고려했을 때 평균 4~5번 이직을 경험하는 셈이다. 로켓에 탈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싶은 사람이라면, 변화의 흐름에 맞춰 내 커리어를 업데이트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사다리 대신 정글짐에 올라타는 것은 어떨까. 절대적인 답은 없겠지만, 정글짐을 오를 때 참고할 만한 네 가지 사항을 아래 소개한다.

나의 미션에 집중하기

오프라인 서점의 위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한국에서도 입소문 난 일본의 한 서점이 있다. 일본 전역에 1400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고 매년 2조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츠타야 서점이다. 츠타야 서점의 모기업 이름은 컬쳐 컨비니언스 클럽(CCC)인데, 이곳의 대표 마스다 무네아키는 회사를 이렇게 소개한다.

사진 출처=CCC 홈페이지

“컬쳐 컨비니언스 클럽은 기획사입니다. 우리 회사가 말하는 기획은 라이프 스타일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구조, 즉 삶을 새롭게 하는 인프라 및 플랫폼입니다.”

이 소개에 따르면, CCC의 목표는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새롭게 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서점이라는 공간을 복합 점포로 꾸려 책, 음반, 각종 소품이나 전자제품까지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판매한다는 발상은 이러한 기업 철학이 있기에 가능했다. 기업 철학이 변화무쌍한 사회에서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잃지 않게 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처럼 개인에게도 커리어에 대한 철학이 필요하다. 직업을 통해 이루어가고 싶은 미션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직업을 선택한다면, 다양한 직업이 사라지고 생기더라도 미션으로 향하는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성장을 위해 길게 보기

성장 중인 회사의 유망한 직종으로 이직할 기회가 생기더라도 회사의 규모 혹은 해당 산업에서의 경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만족스럽지 못한 처우를 제안받을 수 있다. 이직 상황에서 직급이나 연봉을 낮추는 것이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직을 통해 내 경험을 넓힐 수 있고, 그 경험이 장기적으로 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커리어 정글짐에 오르는 것은 사다리를 타는 것보다 힘들 수 있다. 사다리를 탈 때는 정해진 방향, 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정글짐은 사다리와 달리 방향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장기목표와 단기목표를 세우고 나아갈 방향을 설계하는 것이 모두 개인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잘못된 선택으로 발을 헛딛을 수도 있지만, 훌륭한 선택은 폭발적인 성장과 달콤한 과실로 돌아올 수도 있다.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가 성과를 인정받아 입사 4년 만에 약 293억 원의 연봉을 받은 것을 예시로 들 수 있다. CEO인 마크 저커버그보다 13배 많은 액수다.

계속해서 공부하기

대학 시절 TV, 라디오, 신문, 잡지를 ‘4대 매체’로 배우다 현업에 뛰어든 광고, 마케팅 업계 종사자라면 책 속 이론이 현장의 실무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걸 알 것이다. 이제 TV를 제외한 3대 매체의 광고효과를 신뢰하는 이는 많지 않다. TV마저 대체재가 많이 나왔다. 유튜브가 있고, 트위치가 있고, 웹드라마가 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한다. 눈 깜짝할 새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한다. 새로운 플랫폼과 그 플랫폼을 이용하는 방법을 공부하는 것이 이 시대 광고인들과 마케터들에게 주어진 숙제다.

대학교에서 습득한 전공 지식만으로 시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실무에 필요한 공부는 대학교 밖에서 계속해야 한다. 메가트렌드를 감지해야 하고, 기술의 변화가 나의 직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직무 역량을 강화하거나 새롭게 떠오르는 유망한 직무를 선택하기 위해 그에 필요한 능력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습득해야 정글짐을 종횡무진할 수 있다.

나만의 스토리 만들기

위대한 육상 선수가 되고자 했지만 재능이 부족했던 사람이 있다. 결국 선수의 길을 포기하고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에 진학했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달리기에 대한 열정이 남아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충격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던 1962년, 무작정 떠난 배낭여행에서 일본의 운동화 회사를 찾아가 판매권을 따온 그는 회계법인에 사표를 내고 운동화 판매를 시작한다.

“신발을 파는 일은 왜 좋아하는 것일까? 그 일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는 달리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매일 밖에 나가 몇 마일씩 달리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의 이야기다.

인용구 출처 = 필 나이트, <슈독>

이처럼 이루고자 하는 본인의 미션이 있고, 그에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커리어를 쌓아간다면 그 모든 과정을 하나의 스토리로 묶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스토리는 명함 위 회사 이름이나 직급에 기대지 않고도 나를 각인시킬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브랜딩이 잘 된 기업이 소비자의 마음을 끄는 것처럼, 나라는 사람의 브랜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그 자체로 사람의 마음을 끌 수 있다. 믿을 만한 후배, 신뢰할 만한 동료, 존경할 만한 리더로 발돋움할 기본을 완성하는 것이다.

커리어 정글짐을 오르는 즐거움

글의 도입부에서 소개한 셰릴 샌드버그의 유명한 축사에는 이런 말도 있다.

“너무 많은 계획을 세우지 마세요. 수직 승진을 기대하지 마세요. 제가 여러분의 자리에 앉아있었을 때 커리어를 계획해 두었다면, 지금 제가 이뤄낸 커리어를 놓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모두 다르다. 삶의 의미 중 하나를 직업에서 찾지 않아도 좋고,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며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것도 좋다. 하지만 만약 직업이 삶 전반에서 중요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미래를 바라보고 커리어를 고민하는 중이라면, 정글짐에 오르는 것은 힘들지만 보람을 얻을 즐거운 선택이 될 수 있다.

글 : 에디터 전윤아(yajeon@fastcamp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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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1) <세계 파워 우먼 “대통령도 될 수 있는 여자”… 세상을 연결하는 멘토>, 조선일보
2)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Z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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