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꾸준히 돈을 못 버는 이유 – 2편 <확증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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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on 3월 4th, 2021 at 06:52 오후

인간의 심리를 엿보는 이솝우화

고양이가 수탉을 잡아먹기 위해 수탉의 목을 짓눌렀다고양이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빠진 수탉은 애절하게 말했다. “저는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잡아먹으려 하는 거죠?” 고양이는 그럴듯한 이유가 필요했다. “너는 한밤중에 시끄럽게 울어대잖아너는 사람들의 잠을 깨우는 귀찮은 존재야.” 그러자 수탉이 해명했다. “사람들이 일하러 나가야 하는 시간을 알려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양이는 수탉을 잡아먹기 위해 다른 핑계를 댔다. “너는 달걀도 못 낳으면서 모이만 축내는 쓸모없는 존재야.” 그러자 수탉이 다시 해명했다. “제가 모이를 먹는 이유는 주인에게 봉사하기 위한 것입니다제가 몸이 튼튼해야만 암탉들이 알도 낳고 병아리도 태어날 수 있으니까요.” 고양이는 더 이상 수탉을 잡아먹어야 하는 이유를 댈 수 없었다. “그래그렇다고 해도 내가 굶을 수는 없으니까.” 고양이는 말을 마치자마자 수탉을 잡아먹었다.

애초부터 수탉을 잡아먹으려고 결심한 고양이에게는 어떠한 논리적인 이유도 받아들여 지지 않습니다이처럼 사람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소위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넌 대답만 해)이죠.

신념이익감정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그에 부합하지 않는 정보는 외면하는 자세를 말합니다우리는 친구애인배우자아기선생님상사부하정치인그리고 세일즈맨 등 주변 사람들에게서 이런 모습을 정말 많이 목격합니다이를 심리학 용어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확증 편향은 무엇보다도 투자의 세계에서 매우 뚜렷하게 관찰됩니다투자한 순간 그 대상과 사랑에 빠져버렸기 때문입니다사랑하는 대상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합리화는 정말 눈물겹습니다이미 사랑하기로 했는데 모든 논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공포에 휩싸인 투자자는 폭락을 주장하는 정보만 믿고,
욕심에 가득 찬 투자자는 폭등을 주장하는 정보만 믿는다.

“어디로 가야하죠…아저씨…”

투자자 중 초보와 고수를 나누는 결정적인 차이 중 하나는 바로 공포심과 욕심의 절제입니다개미(개인 투자자)는 주가가 혹은 주식시장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여러 가지 무서운 이야기들을 귀신같이 찾아냅니다특히 사랑하는 주식을 다 팔아 버렸을 때 그렇습니다.
마치 헤어진 애인이 마음에 안 들었던 이유를 언제든지 수백 가지 나열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앞으로 무역전쟁금리 인상채권자금이탈바이오 폭락북핵 문제트럼프 문제 등등 여러 가지 위험 요인을 찾아내어 본인의 확증 편향을 강화합니다.

반대로 시장이 상승한다고 믿을 때는 더욱 심합니다현재의 애인이 운명의 그 사람이었다는 이유를 전화번호 뒷자리가 비슷하다는 점에서부터 찾듯이우리는 증거를 수집하고 나열합니다주위에서 아무리 말려도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좋은 이야기와 나쁜 이야기를 함께 들어도 나쁜 이야기는 접수조차 되지 않습니다.

결국 그렇게 편향에 휩싸인 자신이 찾고 탐독한 정보는 본인의 결론이나 취향을 강화하는데 쓰이며 냉정한 판단을 방해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반대의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조금이라도 대비할 수 없게 만듭니다이렇게 만들어진 확증 편향은 앞으로 다가올 중요한 베팅에서 과도한 확신 때문에 눈앞을 흐리게 만듭니다.

투자에서도 이런 과도한 편향적 사고는 장기적 투자 실패를 초래합니다결국 확증 편향은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를 해봤자 돈을 못 번다라는 자포자기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됩니다개인 투자자라서 돈을 못 벌 이유는 없는데도 말입니다끝없이 반복되는 확증 편향에 휩싸여 매번 극단적인 기대감과 그로 인한 극단적인 좌절감을 맛보는 것입니다결국 편향에서의 탈출이 투자의 시작과 끝입니다.

투자금이 커질수록 확증 편향이 강화된다.
무리한 베팅은 파산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부자가 더 부자가 되기 쉽고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지기 쉽다는 말들어 보셨지요안타깝게도 전문 투자자로 살아오는 동안 이 말이 가장 크게 와닿았고또한 어떻게든 변화시켜보고 싶은 현상이 되었습니다그러나 자본주의의 가장 무서운 현실은 곳간이 풍족해야만 확증 편향에서 벗어나 냉정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밑천이 적은데 욕심이 많으면 큰돈을 한 번에 벌고 싶어 무리하거나 빚을 내어 투자합니다자신의 실력이나 그릇보다 과도한 베팅이 들어간다는 말입니다반대로 여유가 있는 사람은 최적의 베팅을 실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지금까지의 투자 경험을 통해 배운 게 많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여유가 있으면 무리한 충동을 느끼지 않습니다당연하게도 무리를 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듭니다돈을 다 날리기라도 하면 한동안 투자 기회가 없어지니까 말입니다.

게다가 무리를 한 사람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충동과 확증 편향과 싸워야 합니다내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보다 베팅이 커지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은 흥분하여 투자 대상을 과도하게 사랑하게 됩니다본인의 투자의사 결정에 대해 엄청난 신념을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틀리면 안 되기 때문에절대 틀리지 않았다고 점차 믿어가게 됩니다.
이런 신념은 어려움을 이겨낸 모든 위인에게서 나타나는 인간 의지의 아름다움입니다하지만 투자에서는 오로지 편향이 될 뿐입니다위인들의 삶과는 달리우리의 신념이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얘기하는 무리한 베팅은 단순히 금전적인 베팅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시간이나 노력도 과도하게 투자하면 우리의 합리성을 훼손합니다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매몰 비용(sunken cost – 과거의 선택으로 이미 찾을 수 없게 된 비용 혹은 손실)이 현재의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합니다인간은 과거에 시간이나 돈노력감정 등을 투자하여 의사 결정을 내렸다면 앞으로의 성공 여부와는 관계없이 계속 그 결론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확증 편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투자자들은 여유 있는 베팅을 통해 성공할 확률을 올릴 수 있고조급한 투자자들의 무리한 베팅은 성공할 확률이 더욱 낮아집니다정말이지 돈이 돈을 번다는 이야기는 어쩌면 돈 때문만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 구조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무지한 일부 개인들만 확증 편향에 빠지는 걸까?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경영대학에서 미국에서 가장 큰 기업들의 전략 수립 과정을 연구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기라성 같은 미국 대기업들의 경영자들이 자신들이 이미 수립한 전략을 지지할 자료를 만들기 위해 최신 정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이유로 위와 같은 전략 대부분이 실패로 끝났다고 합니다확증 편향은 경영자들뿐만 아니라 학자들판사들 등 아주 뛰어난 엘리트들에게서도 자주 관찰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최고의 전문가들도 편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편향에 빠지지 않는 현명한 사람이 되려면

철학자 칼 포퍼는 우리는 옳다고 생각할 때마다 언제나 틀릴 수 있다언제 틀릴지는 모른다라고 하였습니다트레이더의 제왕인 조지 소로스가 칼 포퍼의 제자를 자처했다는 이야기도 새삼 놀랍지 않습니다조지 소로스는 언제든 자신의 최초 판단을 뒤집어 생각할 수 있었다고 하니까 말입니다. 우리는 이처럼 겸허함과 유연함을 가져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늘 자가발전하는 독단적이고 고집적인 결론을 내려놓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우리 자신의 생각을 자아와 분리해서 다른 목소리처럼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그리고 그 자리에 확률 기반의 사고를 두어야겠죠.

이 사랑이 옳지 않음에도, ‘이미 시작되었기에 나는 끝까지 가노라.’ 하는 생각은 실제 사랑으로 충분합니다투자에서는 매일 이별을 통보할 준비를 하며 비정하게 살아남아야 할 것입니다락밴드 Queen 의 노래 중에 너무 많은 사랑은 당신을 죽일 거야 (Too much love will kill you)” 라는 가사가 생각이 납니다투자 대상을 사랑하면 나의 계좌는 말라 죽을 수 있습니다확증 편향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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