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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투자 파트너로 벤처캐피탈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6가지
이 글은 벤처캐피탈리스트 출신으로 현재는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이자 계열 투자회사인 패스트인베스트먼트의 대표이기도 한 박지웅 CEO의 기고글입니다.
원문 : 스타트업이 투자 파트너로 벤처캐피탈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 by 박지웅 CEO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유니크(unique)한 형태의 회사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지주회사 구조로 파트너 자회사들을 직접 설립하는 한편 (Co-founder), 파트너 자회사들은 성장 단계에 따라 외부 벤처캐피탈들로부터 투자를 유치 (VC Funding) 하기도 합니다. 파트너 자회사 뿐만 아니라 모회사도 두 차례 투자유치를 하기도 했고, 파트너 자회사 중에 한 곳은 벤처캐피탈로 펀드를 조성하기도 합니다 (LP Funding). 그러다보니 생태계 내에 각기 다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오늘은 그러한 경험들을 토대로,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때, 만약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존재한다면 (흔치 않은, 행복한 상황이겠죠 ^^) 어떤 것들을 주로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리해볼까 합니다. (물론, 아래 의견들은 철저히 개인 의견입니다 :))
1. 장기적 관점 보유한 투자자
모든 투자펀드는 만기가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벤처캐피탈 펀드의 만기는 7-8년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투자 이후 3-4년이 경과된 시점에서는 자연스럽게 투자금 회수를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기술적으로는 이제 갓 결성된 펀드를 통해 투자할 수 있는 벤처캐피탈과 만나는 것이 상대적으로 길게 인내할 수 있는 투자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펀드 만기라는 fact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투자자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mind-set 입니다. 한국에는 생각보다 많은 벤처캐피탈들이 투자한 회사의 주식을 길게 보유하지 못합니다. 회사가 빨리 성장할수록 더 기다려서 크게 회수할 수 있음을 기대하기 보다는, 적당한 시점에 빨리 팔아서 수익율을 확정짓고, 기간 대비 더 높은 IRR을 추구하는 곳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VC들이 보유한 주식을 창업자 및 회사의 의견과는 전혀 관계없이 본인들의 이해관계만을 1순위로 고려해서 구주매각을 하는 경우에는, 창업자가 스스로 만나서 합의하고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 회사의 주주로 참여하는 이상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비상장 회사로 주주들과 잘 협의해서 빠르게 의사결정 내려가며 회사를 성장시켜야 하는 창업자 입장에서는 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일 것입니다.
따라서 만약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인다면, 해당 투자자의 이전 성향에 대해 철저히 reference check를 해보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투자한지 1,2년이 채 안되어서 계속해서 구주 매각의 기회를 엿보는 단기적 관점을 가진 투자자는 초기 스타트업과는 궁합이 맞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커진 뒤에는 신경쓸 필요가 없는 이슈가 될 것입니다만, 초기 스타트업의 성장기에는 가능하면 오래 같이 성장해나가고 싶은 태도와 과거 record를 가진 곳과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판단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관련 글 더 보기 : 좋은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기 위한 꼭 필요한 5가지).
2. 심사역보다는 파트너와 직접 이야기 가능한 곳
대형 벤처캐피탈의 경우 워낙 투자 담당하는 인력이 많기 때문에 내 투자를 담당하는 사람이 실무자급에 해당된다면 실제 투자 의사결정까지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실무자는 좋게 생각했지만, 파트너들은 그렇지 않게 생각해서 3달을 긍정적으로 이야기 나눴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1주일만에 뒤집히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벤처캐피탈 업계는 심사역들의 이직이 잦은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회사에 투자를 담당했던 심사역이 얼마 안있어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해버린다면, 우리 회사에 확신과 애정을 가진 적이 없었던 또 다른 (처음 만나는) 실무자가 우리 회사의 담당자로 배정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파트너급 인력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곳, 파트너와 실무자가 pair로 함께 일하는 곳, 그래서 실무자급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이직이 덜한 파트너와 오랫동안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곳이 좀 더 투자 파트너로 적합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3. 많이 말하기 보다는 잘 들어주고 질문을 잘하는 카운터파트(counterpart)
창업팀이 받게 되는 불쾌한 경험 중에 상당수는 우리 회사의 사업계획에 대해서 함부로 이것저것 평가하는 상황이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즉, 우리 회사의 사업계획을 10분 밖에 안들었는데, 이 사업이 어떻고 저떻고, 이건 이래야 하고 저건 저래야 하고 등등… 창업자보다 투자자가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경우는 사실 무언가 바뀐 경우에 해당이 됩니다.
사업을 직접 영위해나가는 것은 창업팀이고, 따라서 사업에 대해 더 많은 생각과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창업팀입니다. 투자자는 창업팀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고, 궁금한 부분들이 있으면 질문을 하고, 그 뒤에 종합적으로 판단을 내리면 되는 것이지 창업팀에게 사업에 대해 훈수를 두는 역할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런 투자자들이 정말 많습니다. 여러 차례의 미팅을 통해서 좋은 투자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내 사업에 대한 많은 비평보다는 경청의 태도와 좋은 질문을 던지느냐를 통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투자 시점에만 만나고 끝이 아닙니다. 적게는 3-4년에서부터 길게는 7-8년에 이르기까지, 우리 회사 앞에 놓여질 굴곡 있는 수많은 상황에 대해서 함께 견뎌내며 걸어갈 파트너라는 점을 기억해두어야 하겠습니다.
4. SI(전략적 투자자)보다는 FI(재무적 투자자)
시장에 많은 호불호가 존재하는 질문이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재무적 투자자를 좀 더 선호합니다. 물론, 전략적 투자자들 중에서도 사업적 연계를 강하게 내세우지 않는 재무적 투자자 관점을 견지하는 곳들도 있기에, 모든 전략적 투자자들이 그러하다는 점은 아님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일반적으로 전략적 투자자는 투자 수익 외에 본인들이 추가로 원하는 것이 있습니다. 사업적 제휴이건, 독점적 권리이건, 기술에 대한 접근권이건. 물론 작은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돈만 받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투자자와 함께 사업 확장에 도움을 얻는다면 더 좋지 않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문제는 그 확장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에 있습니다.
벤처캐피탈 심사역들의 이직 만큼이나 잦은게 전략적 투자자인 대기업들의 부서간 인사이동입니다. 투자한 뒤에 6개월 만에 조직개편이 일어나 우리 회사와 협의했던 사업 협력이 후순위로 밀려버리는 것은 다반사입니다. 이 경우에도 여전히 투자자로서 가지고 있는 다양한 권리는 유효하기 때문에, 처음에 기대했던 전략적 투자자의 기대효과는 금새 날아가버리고 애매한 관계로 지속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색깔이 없는, 방법이나 고객, 전략, 카운터파트가 어떻든 관계없이 주주가치 극대화만을 원하는 재무적 투자자와 함께 하는 것이 여러 분란의 소지를 없앨 수 있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전략적 투자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면, 가급적 후기 단계에 정말 큰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할 때 전략적 투자자를 invite 하는 것을 권합니다. 대기업 입장에서도 상당히 큰 금액을 투자해야, 이 투자건과 투자건으로부터 기대하는 스타트업과의 협력에 있어서 그 정도의 중요도를 인식하고 비중 있는 리소스를 끊김없이 투입할 개연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5. 엔젤투자는 그냥 ‘돈 많은 개인’보다는 ‘창업 경험이 있는 ex-entrepreneur’
요즘 엔젤투자자들이 정말 많다고 합니다. 벤처캐피탈 투자 이전에 엔젤투자자들과 이야기하는 단계에서는,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그냥 돈 많은 개인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은 잠재 리스크가 매우 큰 선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엔젤투자는 대부분 성공하지 못합니다. 엔젤투자는 엔젤대출이 아니라 리스크가 존재하는 투자라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는 사람은 시장에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본질적인 리스크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투자 관계를 맺게 되면 향후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집니다.
그럼 누가 이 망할지도 모르는 리스크에 대해 가장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스스로 창업을 해본 선배 기업가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입니다. 직접 사업을 시작해서 수많은 ups & downs에 대해서 겪어본 이들은, 창업자들이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또 사업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이미 겪어봐서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똑같이 돈 많은 개인이라 할지라도, 창업 경험이 있는 엔젤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관련 글 추천 : VC와 VC 업계가 궁금한 분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이야기
6. N빵 라운드는 금물, 라운드별 확실한 Lead Investor 구조로
요즘 스타트업의 투자라운드 규모가 커지면서 종종 N빵 라운드로 투자 라운드를 구성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30-40억의 투자를 2곳이 반반 하는 것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80억 투자를 10억씩 8곳이 한다던지, 160억 라운드를 20억씩 8곳이 한다던지 – 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스타트업 투자는 소수의견의 싸움입니다. 확신과 믿음이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 라운드마다 해당 라운드의 구성과 창업팀과의 의견 조율을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한두곳의 Lead Investor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이 창업팀 입장에서 훨씬 효율적입니다. 회사가 잘되면 상관없지만 잘 안되거나 지지부진한 경우에는 누군가 자신있게 책임지고 끝까지 끌어나가지 않은채, 더 나아가 어떤 의견조차 내지 않고 서로의 눈치만 보면서 뒤에서 우르르 모여서 협의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N빵 라운드는 투자자가 회사에 대한 확신이 메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투자사들이 투자하기로 했다는 레버리지 효과가 투자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큰 좋지 않은 케이스입니다. 스타트업은 애초에 안될 확률이 높습니다. 처음부터 50-60%의 확신만 가진채 여러 투자사들에서 한다니까 우리도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조금 넣어두자 – 라는 생각보다는, 최소 80-90%의 확신을 가지고 될때까지 한번 밀어보자는 생각을 가진 투자사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차라리 투자라운드의 규모를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이 것 또한 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야 가능한 행복한 고민이겠습니다만, 매 라운드마다 우리 회사에 가장 강한 확신을 갖고 있는 한두곳, 그리고 그곳은 말로만 확신을 갖는 것이 아니라 가장 큰 금액을 커밋할 수 있는 한 두 곳 중심으로 투자 라운드를 구성하는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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