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updated on 2월 19th, 2021 at 08:10 오후
얼마 전 ‘나 혼자 산다’ 방송에 유아인 씨가 출연했어요.
방송에 유아인씨의 ‘뒷문이 위로 열리는’ 자동차가 나와서 많은 관심을 받았었죠. 이를 보고 나 혼자 산다 멤버들은 “트랜스포머 같다”, “배트맨 같다”라며 놀랐고, 이 차의 모델명인 테슬라의 SUV 모델 X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어요. 저도 보면서 유아인씨의 신세(?)를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이 차의 제조사인 테슬라가 며칠 전 세계의 자동차 업체 중 시가 총액 1위가 됐다고 해요. 테슬라의 대표인 일론 머스크는 이를 보고 트위터에 ‘Party on(파티는 시작됐다)’이라는 익살스러운 글을 남기기도 했어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다운 모습이었죠.
처음 자동차를 출시한지 10여년 밖에 되지 않은 테슬라는 어떻게 벤츠, 폭스바겐, 도요타 등 우리가 잘 아는 회사들을 모두 누르고 시가 총액 1위가 됐을까요?
궁금해서 살펴봤더니! 최근 자동차 산업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더라구요.
근데, 그 중심에 테슬라가 딱 위치하고 있어요.
자동차 업계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고, 테슬라는 어떤 전략으로 성장했는지 한번 살펴봤어요.
도요타를 앞지르고 자동차 업계 시가 총액 1위가 된 테슬라 / 이미지: 동아일보 / 자료: 야후 파이낸스
갑자기 왜 이렇게 많이 팔려요? #전기자동차
1885년에 자동차가 발명되고 거의 130여 년 간 유지된 고정관념이 있어요.
‘자동차는 화석 연료를 사용한다’는 점이에요.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은 최근에 무너지고 있죠. 전 세계적으로 화석 연료가 아닌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전기자동차 생산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거든요.
요즘 주변에 전기자동차를 살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최근 10년 사이에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전기자동차 판매량 / 출처IEA
전기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끄는 요인은 두 가지가 있어요.
- 여러 선진국에서는 온실가스 방출을 줄이기 위해 내연기관 자동차를 제한하고, 전기자동차를 구매하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어요.
- 우리나라도 친환경차인 전기자동차와 수소차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어요.
- 영국은 2035년부터 휘발유 및 경유 차량 판매금지, 프랑스에서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했어요. 네덜란드와 스페인도 각각 2030년, 2040년에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목표로 선언했어요.
- 내연기관차는 평균 3만여 개의 부품이 필요하지만, 전기차는 3분의 1 수준인 1만여 개만 필요해요. 정기적으로 갈아줘야 하는 부품 수도 훨씬 적어요.
- 연료 효율 차이도 커서 전기자동차의 연료비가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저렴해요. 모델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자료를 보면 연료비는 평균적으로 1/3에서 1/2 정도가 되네요.
(현재 읽고 계신 글은 뉴스레터 웬뉴에 7월 7일 수록된 글입니다.)
모험적인 전략, 그리고 혁신 #테슬라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기업이 ‘테슬라’에요.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은 현재 테슬라가 압도적으로 1위를 점유하고 있어요. 테슬라의 1분기 순수 전기차(BEV) 시장 점유율은 29%이고, 뒤를 잇는 르노닛산은 13%, 폭스바겐그룹은 11%에요.
어떻게 전통 있는 기존의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어린 ‘테슬라’가 전기자동차 시장을 주도하게 되었을까요?
고정관념을 깨는 혁신은 기존의 대기업이 아니라 새로운 기업이 주도하는 현상을 자주 볼 수 있어요. 기존의 기업은 이런 변화를 이끌거나 적극적으로 수용하기가 어려워요.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려면 기존에 잘 갖춰진 시스템을 바꿔야 하고, 기존의 제품이 차지하고 있던 시장 우위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거든요.
반면에, 새로운 회사는 이런 제약 없이 도전적인 모험을 할 수 있죠.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실행하지 않던(또는 못 하던) 전략을 펼쳤어요.
테슬라의 차별적인 전략은 다음과 같아요.
1. 달리다 멈추는 일은 이제 없어요 #배터리 문제 해결
- 전기자동차가 대중화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배터리 문제였어요. 배터리는 무겁고, 비쌌으며, 주행거리는 짧았죠.
- 테슬라는 이른 시기부터 배터리 R&D에 많은 투자를 했어요. 테슬라가 가진 특허의 70%가량이 배터리 관련 특허에요. 또, 독특한 배터리 연결 방식도 개발했어요. 모델 S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원통 모양의 배터리 약 7,000개를 연결해서 사용돼요. 쉽게 구할 수 있는 규격의 배터리기 때문에 공급에 차질이 생기거나, 공급자가 변덕을 부리면 다른 공급자를 찾으면 되죠. 최근에는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 충전 인프라 보급에도 신경을 썼어요. 배터리의 성능을 보완하기 위해 배터리가 아니라 배터리와 관련된 설비를 늘려버린거죠. 테슬라는 ‘슈퍼차저’라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세계 여러 지점에 설치했어요. 30분이면 완전히 충전되고, 무료로 사용할 수 있죠. 자체 충전기의 디자인도 세련되어 건물주 입장에서는 설치하고 싶은 조형물의 역할도 하죠.
2. 전기차 개발도 맞들면 낫다 #특허공개
- 2014년에 일론 머스크는 깜짝 발표했어요. 테슬라가 보유 중인 모든 특허는 선의로 사용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발표했죠. ‘기술적으로 앞서 나가는 것은 특허 보유와 상관없으며 가장 뛰어난 기술자를 끌어오고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데 달렸다’고 덧붙이면서요
- 이 발표는 더 많은 기업을 전기자동차 시장에 뛰어들게 하려는 전략이었어요. 전기차 시장은 아직까진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미미한 수준이에요. 더 커지려면 전기충전소가 많아지고 배터리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더 많은 기업이 함께 해야하기 때문이죠.
태블릿으로 컨트롤하는 테슬라 / 출처: 핀터레스트
3. SF 영화에서만 보던 차가 진짜 나옴 #소프트웨어차별화
- 사람들은 테슬라 모델들을 보고 농담으로 ‘아이패드에 자동차를 붙였다’라고 하기도 해요. 차량의 대부분 기능을 태블릿 같은 터치스크린으로 컨트롤하고,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을 개선하거든요.
- 과거에 모델X의 문이 닫히는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이 있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속도를 올린 적도 있어요. 또, 차량에 문제가 발생하면 데이터를 전송해서 원격으로 수리를 하기도 해요. 완전자율주행이나 가속 성능 향상 등의 옵션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구매할 수도 있어요. 자동차가 소프트웨어가 되어가고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나죠?
4. ‘테슬라’ 하면 뭐가 떠올라요? #마케팅 전략
- 기존의 전기자동차들은 보통 친환경적이고,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강점을 내세웠어요. 귀여운 초소형 전기차를 많이 만들었죠.
- 하지만 테슬라는 첫 모델인 테슬라 로드스터부터 유려한 디자인과 짧은 제로백 등을 장점으로 내세웠어요.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뛰어난 차로 포지셔닝을 했죠. 다른 회사들은 펼칠 수 없는 전략이죠? 카니발라이제이션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요.
- 이런 전략을 통해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는 고급 자동차 브랜드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었죠. 지금 ‘테슬라’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매우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나선 보급형 차량(그래도 비싸요..)들도 출시하고 있어요.
이런 모험적인 전략과 기술력의 결합으로 테슬라는 전기자동차 시장의 선두가 되었어요.
물론, 테슬라의 주가가 갑자기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현재의 상황의 이유를 정확히 알기는 어려워요.
뉴턴조차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사람의 광기는 도저히 측정할 수가 없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로 주식시장은 이해가 어렵거든요.
하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자동차 시장과 테슬라의 높은 시장 점유율이 테슬라의 미래가치를 기대하게 만든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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