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디자인은 이래야 한다 :
피그마 Config 2025 : Joel Lewenstein
우리가 사랑한 디자인 명언들
스티브 잡스, 헨리 포드, 디터 람스. 이들의 디자인 세계에 남긴 가장 큰 공헌은 무엇일까요? 아이폰? 모델 T? 아닙니다. 바로 회의에서, 링크드인 블로그에서, 혹은 디자인 토크를 시작할 때 쓸 수 있는 강력한 ‘디자인 명언’입니다.
저는 Joel이고, Anthropic의 디자인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방금 한 농담은 제쳐두고, 오늘은 그 중 한 문구를 진지하게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이 명언을 여러 해 동안 자주 봐왔거든요. 아마 여러분도 그러셨을 겁니다. 저는 이런 명언들을 항상 ‘내가 천재 디자이너니까 사용자의 단순한 요구를 넘어서야 해’라는 식으로 받아들였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이 문구 속 ‘사람들’에 더 집중하게 됐습니다. 1900년 당시 사람들은 정말로 말을 좋아했어요. 단순히 좋아한 것뿐 아니라, 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당시 모든 교통 시스템이 말 중심으로 짜여 있었으니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말이 엄청 많았거든요. 사람 4명당 말 1마리꼴이었다고 해요. 그 시대 사람들의 교통에 대한 모든 개념은 ‘말’에 기반해 있었죠. 이것이 바로 그들의 ‘정신적 모델’이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교통수단을 소개하려면, 당연히 말을 중심으로 설명해야 했어요. 초기 자동차 제작자들도 이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동차의 가능성, 한계, 트레이드오프를 ‘말’의 언어로 설명하며 미래의 그림을 그려줬어요. 친숙한 세계의 일부를 바꿔가며 새로운 것을 소개한 것이죠.
말처럼 보이던 자동차: ‘Horsey Horseless’ 이야기
이건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1899년에 나온 특허 제품도 있어요. 애칭은 ‘Horsey Horseless’, 즉 ‘말 같은 말 없는 자동차’입니다. 자동차 위에 말머리를 얹은 형태였는데, 그 이유는 도로 위 다른 말들이 겁먹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어요.
이보다 더 완벽한 이미지가 있을까요? 미래를 믿더라도, 현재의 세계에 존재하며 사람들의 ‘전환’을 도와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죠. 다시 말해, 은유는 정말 중요합니다.
은유는 사람들이 복잡한 전환기, 새로운 기술을 익숙한 개념으로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기술이 향하는 방향과 현재 사람들이 있는 위치 사이의 다리를 놓아주는 거죠. 저도 헨리 포드의 명언을 볼 때면 주로 ‘기술의 미래’에만 초점을 맞췄지만, 당시의 ‘말 중심의 세계’를 다시 떠올리며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경험을 하고 있었는지를 되새기게 되었어요. 결국 기술을 쓸지 말지를 결정하는 건 사용자들이니까요.
디지털 전환 시대의 은유들
이런 은유의 역할은 디지털 시대에도 계속되었습니다. 1981년 제록스의 스타(Xerox Star)는 개인용 데스크탑을 소개했죠. 사용자에게 ‘문서’가 있고, 이걸 분리된 공간에 정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사람들에게 친숙한 ‘사무실 책상’이라는 은유를 활용했습니다.
1993년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을 소개할 때는 ‘정보 고속도로’라는 말을 썼습니다. 왜냐하면 고속도로는 누구에게나 익숙하니까요.
하지만 모든 은유가 똑같이 효과적인 건 아니죠. Skeuomorphism(스큐어모피즘), 즉 실물과 비슷하게 디자인하는 방식은 새로운 기능을 설명할 때 여전히 유효합니다. 사람들은 노트, 마이크, 잡지를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이메일 아이콘은 여전히 ‘봉투’ 모양이고, 최신 전기차조차도 ‘horsepower(말의 힘)’을 마케팅에 씁니다.
AI 시대의 새로운 은유를 고민할 때
이처럼 은유는 사람들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기술 변화가 급격한 시기에는 더욱 중요하죠. 우리는 지금 AI 시대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질문해볼 필요가 있어요. AI란 무엇일까요? 우리 삶에 어떻게 들어와야 할까요?
사실 사용자들은 아직 잘 모르고, 솔직히 말해 우리도 잘 모릅니다. Frontier 모델 회사에서 일하는 저희조차도요. 변화하는 모델에 발맞춰 계속 고민하며 만들어가고 있어요. 그래서 디자이너와 제작자인 우리는, 기술의 방향을 생각하고 정의할 책임이 있습니다.
저는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은유’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믿어요. 그래서 오늘 이 발표에서는 지금까지 AI 분야에서 쓰인 은유들을 살펴보고, 제가 기대하고 있는 새로운 은유를 제안하려고 합니다.
AI 은유의 역사: 어시스턴트에서 에이전트까지
1. 클리피, 그리고 ‘어시스턴트’의 시작
생성형 AI가 등장하기 훨씬 전, 우리에게는 ‘최초의 디지털 어시스턴트’인 클리피가 있었어요.
작고, 귀엽고, 사용자에게 방해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도움을 제공했죠. 이런 특징들은 훗날 AI가 ‘어시스턴트’라는 단어로 불리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이후 디지털 기기들이 점점 더 개인화되면서, 우리의 삶과 함께하는 존재가 되었고,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게 되었죠. 그런데도 우리는 계속 ‘어시스턴트’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심지어 OpenAI의 개발자 문서나 시스템 프롬프트 안에서도 ‘assistant’라는 단어가 계속 등장해요.
그렇다면, 이 ‘어시스턴트’라는 은유는 사용자에게 어떤 이미지를 줄까요?
우리는 어시스턴트를 유용하고 도움이 되는 존재로 인식하죠. 항상 곁에 있고, 필요할 때 바로 반응하며, 눈에 띄지 않다가도 내가 부르면 나타나는 존재예요. 모든 걸 알고 있고, 나를 막힘 없이 도와주지만, 궁극적으로 통제권은 사용자에게 있습니다.
이런 특성은 지금의 AI 제품들이 가진 능력과도 꽤 잘 맞아떨어져요.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은유이기도 해요.
2. 그다음은 ‘Co-Pilot’의 시대
어시스턴트 다음으로 등장한 개념은 바로 ‘Co-Pilot(공동 조종사)’입니다.
공동 조종사는 말 그대로 당신 옆자리에 앉아 함께 작업을 하는 존재예요.
Microsoft Office의 Co-Pilot도 그렇고, GitHub Co-Pilot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사이드바에 위치하며, 사용자와 나란히 앉아 함께 일을 해요. 더불어 이 ‘조종사’는 의인화된 존재로, 사용자 옆에 늘 함께하는 느낌을 줍니다.
‘Co-Pilot’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자연스럽게 비행기 조종실이 떠올라요. 내가 주 조종사고, AI가 바로 옆에서 함께 조종하는 거죠.
이 관계는 단순한 어시스턴트보다 한 단계 진화한 모습이에요. 전문성과 신뢰감이 훨씬 더 강조됩니다.
내가 위급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고, 높은 퀄리티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존재예요. 말하자면, 비행 시간 5,000시간을 채운 능숙한 어시스턴트라고 할까요?
3. 그리고 이제, ‘에이전트’의 시대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듯, 지금은 ‘에이전트’의 해입니다.
CEO들이 말하고, 수퍼볼 광고에서 Woody Harrelson이 등장하며, 고속도로의 광고판에서도 이 단어를 볼 수 있죠. 바로 ‘Agent(에이전트)’입니다.
그렇다면 ‘에이전트’라는 단어는 어떤 은유를 줄까요?
저는 부동산 중개인(real estate agent)이나 여행사 직원(travel agent)이 떠올라요. 이들은 제가 잘 모르는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고, 내가 하기 힘든 일을 대신 해주며, 시간을 아껴주고 독립적으로 일을 처리해주는 존재입니다.
에이전트는 내가 굳이 개입하지 않아도 일을 처리하고, 덕분에 나는 더 많은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죠.
Anthropic에서는 현재 이 ‘에이전트’라는 개념에 전적으로 집중하고 있어요.
AI 에이전트가 만들어낼 새로운 사용자 경험과 UX 도전 과제들은 정말 흥미롭고 놀라운 것들이 될 거예요.
하지만 동시에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지금까지의 은유들 (어시스턴트, Co-Pilot, 에이전트 같은)는 모두 AI를 나와는 분리된 존재, 내가 어떤 일을 위임하는 대상으로 보고 있어요.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요?
새로운 제안: AI는 ‘창의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저는 요즘, AI는 단지 ‘나 대신 무언가를 해주는 도구’가 아니라, **‘나와 함께하는 창의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이 은유는 앞서 말한 어시스턴트, Co-Pilot, 에이전트와 어떻게 다를까요? 그리고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만들 제품에 어떤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까요?오늘 나머지 발표에서는 이 ‘창의적 파트너’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설명드리려고 해요.
그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역사를 보면 기술의 초기에 대담한 예측을 하다가 나중에 틀린 것으로 판명된 명언들이 꽤 많아요. (참고로, 그분들의 멋진 콧수염은 인정합니다.)
저도 이런 전철을 밟고 싶지는 않지만,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고 있잖아요. 이 발표문을 쓴 게 3월인데, 지금은 벌써 5월이고, 그 사이에 이미 새로운 은유가 떠올랐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저는 ‘창의적 파트너’라는 아이디어에 대해 정말 흥미롭고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고 있어요.
모델이 발전하는 방향도 점점 이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느껴지고요.
1. 창의적 파트너는 당신을 깊이 이해해야 해요
당신의 세계, 당신의 가치관, 당신의 방식까지
진정한 파트너라면, 단순한 정보 그 이상을 알아야 해요.
당신이 누구인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아야 하죠.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은 각자 독창적인 천재였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서로의 ‘천재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점이에요.
왜일까요?
둘은 수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기 때문이에요.
서로 대화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질문을 던지면서 서로를 정말 깊이 이해했죠.
AI가 이런 수준의 이해를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은 질문을 잘 던지는 것이에요.
데이팅 앱에서 배우는 ‘질문’의 힘
조금 의외일 수 있지만, 저는 데이팅 앱에서 그 힌트를 찾았어요. 제 나이 또래 사람들은 예전엔 단순히 사진만 보고 스와이프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 묘사하고, 가치관을 공유했거든요. 그 과정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기초가 되었어요. 이건 AI도 마찬가지예요. 사용자가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고 표현하도록 유도하는 질문은, 파트너십의 핵심이 될 수 있어요.
Midjourney의 이미지 쌍 비교 방식
예를 들어 Midjourney는 사용자에게 이미지 쌍을 보여주고 “이쪽이 좋아요, 저쪽이 좋아요?”라고 묻습니다. 이런 선택을 20번쯤 반복하면, 사용자의 감각과 취향을 반영한 섬세한 스타일이 형성되죠.이건 단순한 선택을 넘어서, AI와 나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를 만들어주는 출발점이 돼요.
“오늘의 당신은 어떤가요?”
Anthropic의 디자이너 Sim이 만든 아직 출시되지 않은 프로토타입이 있어요.
AI가 사용자에게 이렇게 묻는 거예요:
- 오늘 당신은 어떤 상태인가요?
- 제가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 어떤 방식으로 당신께 도움이 될까요?
이건 단순히 기능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꼭 맞는 방식으로 AI가 스스로를 조정하는 모습이에요. 어떤 날은 위로가 필요할 수도 있고, 어떤 날은 도전이 필요할 수도 있죠.
‘나’를 이끌어내는 파트너
AI는 단순히 듣는 데 그치면 안 돼요. 당신의 내면을 이끌어내는 역할도 해야 하죠.
그런 면에서 저는 ‘저널링’ 기능이 아주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DOT’라는 제품은 일기장처럼 나의 일상을 기록하면서, 동시에 코치처럼 나를 되돌아보게 해줘요. 저는 이 도구에 정말 많은 걸 털어놨어요. 단순한 사실 정보뿐 아니라, 제 감정, 가치관까지도요. 그래서 DOT는 저를 가장 깊이 이해하는 디지털 파트너가 되었죠.
나를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
좋은 파트너는 내가 누구인지 ‘반영’해주는 존재예요. 예를 들어 Hinge라는 데이팅 앱은 간단한 대화 결과를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맞는 라벨을 붙여줘요. 이런 과정이 다음 관계를 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죠.
Anthropic의 Claude에는 ‘Styles’라는 기능이 있어요. 여기에 나의 글을 업로드하면, Claude가 그 스타일을 학습해서 나처럼 글을 써요. 그리고 디자이너 Kyle Turman이 실험한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있어요. Claude가 나의 스타일을 시각적으로 표현해서 보여주는 거예요. 예를 들면 “당신은 다정하고, 대화체를 좋아하고, 격려하는 말투를 자주 써요.” 같은 식으로요. 이건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Claude가 정말로 나를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이자, 사용자에게 감정적인 친밀감을 줍니다.
나의 세계를 함께 이해하는 파트너
마지막으로, 좋은 파트너는 나뿐 아니라 내가 속한 세상까지 이해해야 해요. Claude의 ‘프로젝트’ 기능이 바로 그런 예예요. 내가 쓰는 문서, 목표, 사고방식, 진행 중인 일 등을 함께 업로드하면 Claude가 이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나의 전반적인 맥락을 이해해요.
2. AI와 우리가 함께 ‘동등하게’ 작업합니다
함께 만드는 진짜 ‘공동 창작’
진짜 창의적 파트너는 단순히 내 아이디어를 받아 적거나 대신 해주는 존재가 아니에요.
함께 고민하고, 함께 시도하고, 함께 만들면서 창작의 중심에 함께 서는 존재여야 하죠.
음악을 예로 들어볼까요?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는 전설적인 창작 듀오였어요. 그들은 서로 마주 앉아 가사를 흥얼거리고, 멜로디를 시도하고, 계속 주고받으며 노래를 만들었죠. 그렇게 탄생한 곡들이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잖아요. 이런 방식의 ‘공동 창작’을 AI와 함께 구현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Midjourney의 공동 이미지 제작
Midjourney는 그런 면에서 훌륭한 사례입니다.
이미지 하나를 시작점으로 삼아, 마음에 드는 부분을 선택하고, 다시 리프롬프트하면서 반복적으로 작업해요. 하나의 캔버스를 두고 나와 AI가 왔다 갔다 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이죠.
실시간 실험: Figma의 슬라이드 톤 슬라이더
Figma에서도 비슷한 개념이 도입됐어요. ‘Slides’ 기능 안에는 톤 슬라이더가 있어서, 톤을 조절하면 실시간으로 콘텐츠의 분위기가 바뀌어요. 지금은 선택지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즉각적인 실험과 반응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창의적인 방식이에요.
글쓰기에 AI 활용하기: Pseudorite
‘Pseudorite’라는 제품은 장문 글쓰기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AI입니다. 단순히 “초안 작성”만 하는 게 아니라, 세계관 만들기, 개요 잡기, 챕터 구상까지 포함되어 있어요. 글쓰기가 얼마나 고된 창작 작업인지 진심으로 이해하고, 진짜 파트너처럼 작가의 과정을 함께합니다.
AI로 해본 실험: 구글의 Creative Lab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에서는 아주 재미있는 실험을 했어요. 사람이 그림을 그리고, 마커를 AI에게 넘기면 AI가 그 위에 그림을 더해요. 다시 사람이 이어서 그리고, 또 AI가 그걸 받아 이어가는 방식이죠. 결과물은 둘 중 누구도 혼자서는 만들 수 없었던 창작물이에요. 이건 정말 파트너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어요.
나를 뛰어넘게 만들어주는 AI의 창의력
좋은 창의적 파트너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제안하기도 해요. 그래서 사람들은 ‘vibe coding(분위기 코딩)’ 같은 개념에 매력을 느끼는 거예요. AI가 단순히 내 지시에만 따르는 게 아니라, 살짝 벗어난 제안을 해주고, 나를 자극하는 아이디어를 건넬 때 우리는 진짜 흥미를 느끼거든요.
AI와 함께 디자인 협업
하지만 지금까지의 공동 창작 사례들은 대부분 **턴 기반(turn-based)**이었어요. “내가 말하고, 기다리고, AI가 답하고” 식이죠. 그런데 진짜 협업은 실시간이어야 해요. 비틀즈가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만들 때, 서로 실시간으로 대화하지 않고 문자로 가사만 주고받았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런 명곡이 탄생했을까요? 함께 몰입하는 흐름, 즉 ‘Flow 상태’가 진정한 공동 창작의 열쇠예요.
AI와 이렇게 작업해보자: Otter와 Miro의 사례
Otter는 최근 회의용 AI 에이전트가 단순히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회의에 참여해 발언도 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장했어요. Miro는 ‘사이드킥’이라는 개념을 도입했어요. 보드 안에서 AI가 인간 동료처럼 추가하고, 코멘트하고, 리뷰하는 협업 기능을 수행하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익숙했던 공동 작업 방식이, 이제는 AI와도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시대가 된 거예요.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창작
Anthropic에서 1년 전 출시한 ‘Artifacts’ 기능도 흥미로운 사례예요. 원래는 문서 작업에 주로 쓰일 거라고 예상했지만, 사람들이 만든 건 인터랙티브 앱, 게임, 아트워크 등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실험적인 결과물들이었어요. AI 파트너가 형식의 제한 없이 창의성을 확장해주는 도구로 사용된 거죠.
우리가 Claude를 통해 공개한 **Model Context Protocol(MCP)**는 AI가 다른 툴과 연결되어 실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예를 들어, Claude와 대화하면서 3D 툴인 Blender에서 실시간으로 작업을 업데이트하는 장면도 가능해졌어요.
이건 단순한 대화형 도우미를 넘어서, 함께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진짜 창작 파트너로서 AI를 보여줍니다.
3. AI와 ‘함께’ 성장해봅시다
좋은 파트너십은 ‘한 번 끝나는 작업’이 아니에요. 오랜 시간 동안 함께 고민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진화하는 관계죠. 창의적 파트너도 마찬가지예요. 예를 들어 Pixar는 대표적인 협업 문화의 롤모델이에요. 그들의 핵심 창작팀은 팀원들 간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다져요. 서로에게 피드백을 주고, 문제를 찾아내고, 함께 성장하죠. 그렇다면 AI와도 이런 관계가 가능할까요? 함께 성장하려면, 먼저 과정이 보여야 해요. 내가 무엇을 했는지, AI가 어떤 결정을 했는지를 알아야 피드백을 줄 수 있으니까요. ‘Visual Electric’이라는 제품은 우리가 AI와 함께 만든 작업의 히스토리를 보여줘요. 어떤 걸 시도했고,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죠. 이런 ‘공동 창작의 흔적’은 피드백의 출발점이 돼요.
출처와 근거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X-ray 모드’
Anthropic 내부에서 실험 중인 기능 중 하나가 **‘X-ray 모드’**입니다.
디자이너 Alex가 만든 이 프로토타입은, Claude가 내놓은 숫자나 주장의 ‘출처’를 물었을 때,
- 이 정보는 어디서 온 건가요?
-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같은 질문에 즉각적으로 근거를 보여주는 기능이에요.
이런 투명성은 AI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만드는 핵심 조건이에요.
“내가 어떻게 했는지 말해줘!” AI도 피드백을 요청해야 해요
조금 웃긴 얘기지만, 저는 ‘연말 성과 평가(Performance Review)’도 꽤 괜찮은 메타포라고 생각해요.
Lattice라는 제품처럼, AI가 직접 사용자에게 묻는 거예요:
- 오늘 제 도움이 어땠나요?
- 앞으로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까요?
- 어떤 점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나요?
실제로 코드 관련 도구들은 이 개념을 이미 도입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Cursor는 복잡한 상황을 처리하는 규칙 세트를 갖고 있고,
이를 통해 더 정확한 동작을 수행하죠.
하지만 일반 사용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런 피드백 루프가 더 직관적이고 친근하게 설계되어야 해요.
AI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아야 해요
사실 이건 아직 기술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부분입니다. AI가 내린 결정의 이유나 판단 과정을 설명하는 건 아직 연구 초기 단계예요. Anthropic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석 가능성(Interpretability)’ 연구에 집중하고 있어요. 모델이 어떤 식으로 결정을 내리는지, 그 내부 과정을 들여다보는 과학이죠. 앞으로 이런 해석 기술이 발전한다면, 우리는 단순히 AI의 응답만 보는 게 아니라,
- 어떤 뉴런이 반응했는지
- 어떤 계층(layer)에서 어떤 추론이 일어났는지
- 전체적인 맥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같은 것들을 여러 레이어에서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될 거예요.
AI와의 협업, 이제 시작입니다
자, 지금까지 우리는 AI가 창의적 파트너가 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조건을 살펴봤어요:
- 나를 깊이 이해하는 것
- 나와 함께 무언가를 창작하는 것
- 함께 성장하고 진화하는 관계가 되는 것
그럼 이제, 이걸 우리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제가 오늘 전하고 싶은 진짜 메시지는 이것이에요
“어떤 것이든 괜찮아요.
당신이 진심으로 믿고, 세상을 그렇게 바라보는 방식이라면요.”
AI를 ‘어시스턴트’, ‘코파일럿’, ‘에이전트’로 볼 수도 있고,저처럼 ‘창의적 파트너’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가장 중요한 건 자신만의 시선으로 은유를 고르고,그 은유가 사용자에게 어떤 기대를 줄지를 깊이 고민하는 것이에요. 우리는 지금 확실히 전환의 시기에 있어요.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이 교차하며,
사람들이 이 ‘마법 같은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줘야 할 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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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꼭 필요한 디자인 스킬,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면
아래 강의를 추천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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