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M의 연구원 프라이와 실버 박사는 강력한 접착제를 개발하던 도중 실수로 붙었다가 금방 떨어져 버리는 접착제를 만들게 된다. 처음에 그는 이 접착제가 아무런 쓸모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그는 성가대 연습을 하다가 악보 사이에 끼워둔 책갈피가 잘 떨어져나가 불편을 겪는 것을 보고 실패작이었던 이 접착제를 발라 간편하게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메모지를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이 메모지를 처음 만들었을 때는 책갈피 외의 사용처가 마땅치 않아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큰 상태였다. 다른 회사였다면 아마 이 단계에서 접착메모지의 개발을 멈추도록 했을 테지만, 3M에서는 직원들에게 이 메모지를 직접 사용하게 하면서 다양한 쓰임새를 발견했다. 발명한 사람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용가치를 찾아낸 것이다. 이후 시장조사를 통해 메모지는 정식으로 상품화되었고, 전세계적으로 천문학적인 판매고를 올리는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익히 들어봤을 3M 포스트잇(Post-it®)의 발명스토리다.
다양한 제품군으로 판매되고 있는 포스트잇 (출처: 3M 코리아 홈페이지)
이는 실패작에 완전히 다른 가치를 부여하여 성공으로 전환해낸 대표적인 사례로, 혁신적인 연구개발문화의 귀감으로 널리 쓰이는 사례이자 3M의 기업문화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3M은 이 포스트잇의 탄생과정을 브랜드스토리로 삼아 널리 알림으로써 3M이 추구하는 핵심가치를 전하는 데 성공했다.
브랜드스토리를 만드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창립자의 기업철학을 바탕으로 할 수도 있고, 기업의 오래된 역사와 전통에 대한 것일 수도 있으며, 또는 동화같은 가상의 이야기나 캐릭터를 이용하여 아예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어떤 소재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그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의 방향성이 드러나게 된다. 포스트잇 이야기는 연구원들의 아이디어와 열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3M의 철학을 담아내고 있다. 3M이 연구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연구개발을 위해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 기업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셈이다.
‘3M이 보유한 핵심기술들 (출처: 3M 홈페이지)
브랜드를 만드는 전략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3M과 같이 고유한 경영문화를 가진 기업의 경우 자사만의 혁신적인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브랜드스토리를 개발하여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포스트잇, 스카치테이프, 청소용 스펀지에서 책상용 조명까지 3M은 일상 곳곳에 수천가지 각양각색의 제품으로 스며들어 있다. 대개는 포스트잇처럼 작은 사무용품이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의료와 기간산업을 위한 제품에 이르기까지 3M은 아주 넓은 스펙트럼의 제품과 기술기반을 보유한 회사다. 이러한 기업에게는 기술적인 성장과 품질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것만큼이나 자사의 모든 제품들을 하나의 통일감 있는 브랜드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페터 베렌스가 가전제품회사인 AEG의 기업아이덴티티를 디자인한 이후로, 디자인은 단순히 상품을 보기 좋게 포장하거나 하나의 로고를 박아 넣는 것을 넘어서 기업 전체에 통일된 정체성을 부여하는 전략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업아이덴티티(Corporate Identity: CI) 디자인은 작게는 일련의 제품들에 로고와 그리드를 적용하는 것에서부터, 회사에서 사용하는 명함, 서류봉투, 크게는 사옥의 사인시스템과 업무환경을 구성하는 일까지 전부를 포괄한다. CI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프로그램인 것이다.
3M의 로고 (1906년/1942년/1978년~현재) (출처: http://imjustcreative.com)
3M의 경우 다양한 제품군을 가진 기업 특성상 단일제품들의 이미지를 아이덴티티화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오히려 기업문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성들을 뽑아내 아이덴티티화하는 것이 더 유리하고, 이를 통해 기술과 품질, 그리고 창조적인 기업가정신에 대한 높은 자부심을 모든 제품에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생긴다. 3M은 이러한 기업의 포괄적인 이미지를 브랜드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3M은 ‘Minnesota Mining & Manufacturing Company’라는 긴 사명을 줄인 약자로, 이를 이용한 로고타입은 1906년 처음 도입되었을 때부터 현재까지 그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고 있다. 3M의 기업문화와 경영이념이 변하지 않는 이상 아이덴티티 역시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다.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3M이라는 빨간색의 두 글자는 이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며 창의성과 기술혁신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3M의 연구소인 Carlton Science Center (출처: 3M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