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updated on 2월 15th, 2021 at 11:30 오전
“회사를 그만두고, 마케팅 공부를 하기로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마케팅 공부를 하기로 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마케팅은 알면 알수록 넓고 깊은 영역이었다. 그래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데, 일하면서 학습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상의 지식수준은 갖추어야 했다. 게다가 마케팅 분야는 전통적 마케팅의 영역에서 디지털 마케팅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적어도 회사에 디지털 마케팅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시대에 맞는, 원하는 수준의 도약은 힘들었다. 안타깝게도 우리 회사는 그런 환경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중어중문학을 공부했다. 대만으로 교환학생도 다녀오며 일상적인 소통은 가능할 정도의 중국어 실력은 갖췄지만, 중국어를 업으로 삼기에는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언어를 업으로 삼는다는 건 곧 통·번역 분야에서 일을 한다는 말인데, 이를 위해서는 정말 수준급의 실력을 갖춰야 했기 때문이다. 대학에 들어와서야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기에 한계가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눈을 돌리게 된 영역이 ‘마케팅’이었다. 마케팅의 영역은 넓고 많은 사람들이 진출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다고 생각한 것 같다.
첫 직장은 성형외과의 마케팅 부서였다. 마케팅 역량보다는 해외 시장을 위한 언어 능력이 더 중요하게 여겨졌다. 일차적으로 외국어 능력이 가장 중요하고, 마케팅은 들어가서 배우면 된다는 것이었다. 중국어 능력은 어느 정도 갖췄으나 마케팅은 경험해본 적 없는 내게 잘 맞았다. 그렇게 마케터로서의 첫 발을 내디뎠다.
처음으로 한 일은 중국 시장의 ‘커뮤니티 관리’였다. 중국인들에게 우리 병원을 홍보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커뮤니티를 통해 배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언어의 한계가 있었고, 마케팅을 배운 적이 없으니 마케팅적 접근이 힘들어 독자들이 뭘 좋아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여러 방면에서 이해가 부족했다. 처음으로 마케팅이라는 것을 시작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나 배움을 얻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났다.
커뮤니티 관리 업무를 수행한 지 6개월 뒤, 전략 기획 부서로 옮기게 됐다. 그곳에서 ‘공통 콘텐츠’를 만들었다. 회사 전체의 머리가 되어 모든 국가의 채널에 배포가 될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곳에서도 마케팅을 한 것이지만, 처음에 했던 커뮤니티 관리와는 많이 달랐다. 그저 글을 쓰고 올리고 마는 것이 아니었다. 타겟의 연령, 국가, 관심사에 따라 내보여야 하는 콘텐츠가 달라지고 유통 통로도 달라져야 한다는 걸 매일같이 피부로 느꼈다. 그저 좋은 콘텐츠를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목적에 맞는, 플랫폼에 맞는 적절한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케터로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또 있었다. 타 부서와의 협업에 있어서, 즉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데 있어서 매끄러운 소통이란 어려운 일이었다. 나의 기획 의도와는 다른 디자인이 나온다거나, 디자인으로 구현이 불가능한 기획안을 하는 등의 그런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알면 알수록 어려운 점이 정말 많았다.
얼마나 마케팅 분야가 넓고 깊은지, 그만큼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깨달으면서 위기감을 느끼게 됐다. 바로 내 직무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뚜렷하게 내 직무가 뭔지 설명도 하지 못하면서, 나아가 내 무기가 무엇인지 정확히 말하지도 못하는 채로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이대로 있다간 어떤 회사도 날 필요로 하지 않게 되겠다.”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끊임없이 도태될 것 같았다. 내 무기를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 무기는 마케팅이 되었으면 한다는 마음이 커졌다. 내가 가 기획한 전략, 콘텐츠를 통해 세상에 내보여지며 실질적인 효과를 낸다는 것이 재미있었고 뿌듯했기 때문이다.
패스트캠퍼스를 알게 된 건 그때였다. 당시 회사에서 마케팅 채널을 운영하면서 내가 만든 콘텐츠 성과에 대해 분석을 했는데, 대부분의 분석이 페이스북 인사이트로 확인할 수 있는 도달, 좋아요, 공유 수 정도로 이루어졌다. 물론 그런 수치도 중요했지만 나는 계속해서 궁금해졌다. 가령 특정 콘텐츠를 본 사람 중 우리 병원을 찾은 사람은 몇 명이나 되는지, 콘텐츠에 반응한 사람이 실제로 어떤 단계까지 들어왔는지를 알고 싶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 것들을 측정하고, 데이터에 기반해 적절한 전략을 취하는 것이 ‘디지털 마케팅’이라는 걸 알았다. 마케팅의 또 다른, 더 깊은 분야를 알게 된 것이었다. 퇴근 후 패스트캠퍼스의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마케팅 CAMP]를 들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데이터는 내 생각보다 훨씬 많았고, 그만큼 고려해야 할 것도 많았다. 디지털 마케팅은 다른 세계였다. 내가 콘텐츠 기획을 과연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도 커져 [소셜미디어 콘텐츠 제작 CAMP]도 들었다.
알면 알수록 많은 걸 놓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이지 이 세계는 끝이 없었다. 2년 가까이 회사를 다니면서 꽤 많은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더 많은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큰 결심을 했다. 패스트캠퍼스의 3개월 전일제 과정인 [디지털 마케팅 SCHOOL]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매일, 하루 종일 마케팅 수업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지만, 그리고 29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나는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 나만의 무기를 확실하게 갖춰야 한다는 생각과 그렇지 않으면 이 세상에서 내쳐질 수 있다는 생각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디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