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하자, 일단 회사도 다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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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면 행복하겠지…?’

직장인 10명 중 6명은 퇴사를 고민 중이라고 한다.1) 연봉이나 직무 만족도가 낮아서, 과다 업무에 지쳐서, 상사 및 동료와의 관계가 불편해서 등 이유는 다양하다. 다만 이 고민이 실제 퇴사로 이어지는 비율은 15%가 채 되지 않는다. 재취업이 쉽지 않을 것 같고, 이직할 회사를 찾는 것이 먼저일 것 같고, 다른 회사로 이직해도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을 것 같아서다.

그런데 하고 싶은 다른 일이 있어 회사를 나올까 생각 중인 중인 사람도 적지 않다. 명함에 새겨진 회사 이름이나 직함이 아니라 작가, 뮤지션, 꿈꾸던 직업으로 나를 소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취미 수준이 아니라 전업으로 내 일을 하고 싶다, 직장에 투자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아깝다, 퇴사 이후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람의 인터뷰를 접하다 보면 하루라도 늦기 전에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겠다 싶기도 하다.

큰 뜻을 품고 꿈에 뛰어드는 것은 응원할 일이지만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결정에는 고민이 더 필요하다. 월급이라는 고정 수익 없이 도전에 매진하는 건 위험이 크다. 혹시나 실패했을 때 재취업이 어려울 수도 있다. 무엇보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 성공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굳이 외국까지 살펴볼 필요도 없다. 우리가 잘 아는 작가, 작사가, 뮤지션들이 좋은 사례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공개된 그들의 이야기에서 비결을 살펴보자.

하고 싶은 일과 가까운 일을 직업으로 가져 보자

“회사 생활을 잘 했어요. 잘 했다는 게 무슨 뜻이냐면 직장들이 글 쓰는 곳들이어서요. 잡지사들이었으니까요. 그러니까 일반적인 회사들과는 좀 다르죠. 책 읽고 기획하고 인터뷰하고 글 쓰고 이런 게 일인데, 돈 받으면서 그런 일 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고맙죠. 게다가 회사 생활을 해본 탓에 내가 얼마만큼의 강도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도 확인했고요. 나중에 소설 쓰다가 힘든 일이 생길 때 큰 도움이 됐어요.” –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 중

김연수 작가는 <꾿빠이 이상>, <세계의 끝 여자친구> 등의 소설과 <청춘의 문장들>, <지지 않는다는 말> 등의 산문집을 펴낸 우리나라 대표 작가 중 한 명이다. 1993년인 대학 3학년 때 시인으로 등단했고 이듬해 쓴 장편소설이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해 소설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전업 작가 생활을 시작한 것은 잡지사 기자, 인터넷 서점 TF팀으로 일하며 회사생활을 경험한 이후다. 직장인 시절 그는 새벽 첫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 9시 회의 시작 전까지 소설을 썼다. 당시 같은 회사를 다니던 그의 친구 김중혁 작가는 그 옆에서 청탁 받은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었다고 한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무모해질 필요는 없다.

직장생활을 거친 후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서는 작가는 김연수 외에도 많다. <한국이 싫어서>, <알바생 자르기> 등을 펴낸 장강명 작가는 2002년부터 동아일보 기자로 일한 이력이 있다. 그는 2011년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이후에도 2013년까지 동아일보 기자생활을 계속했다. <칼의 노래>, <남한산성>의 김훈 작가가 기자 생활을 오래 하다 1994년 47세의 나이에 작가로 데뷔했다. 그 이후로도 국민일보, 한겨레신문 부국장급으로 재직하다 2004년에야 전업 작가 생활을 시작한 것은 유명하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무모해질 필요는 없다. 문학상을 수상하고 실력을 인정받은 작가들도 전업 작가 생활을 시작하는 데에는 신중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무언가를 시작하기보다, 목표하는 것과 비슷한 일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중간 단계의 직업으로 선택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현 직장과 동떨어지지 않은 일이라면 경력을 인정받고 이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곳에서 본인의 경험을 쌓으며 다음 커리어 패스를 구상할 수 있다.

기회가 다가왔을 때 놓치지 않을 실력과 인내심을 갖추자

“정말 진지하게 얘기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말씀드리는데, 우연이라는 건 꾸준히 해왔던 게 그걸 만났을 때 폭발력을 갖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만났을 때, 내가 어떤 얘기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서부터 판가름이 나는 것 같아요.” – 김이나 작사가 인터뷰 중2)

2014년 작사가 저작권료 1위, 브라운 아이드 걸스와 아이유 등 수많은 인기 가수의 히트곡을 작업한 김이나 작사가. 그가 작사가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3년 성시경 정규 3집에 수록된 ’10月에 눈이 내리면’의 가사를 쓰고부터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쌓으며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드라마 궁의 OST로 실린 ‘Perhaps Love’를 작사한 것이었다. 당시 직장인이었던 그는 녹음에 임박해 급하게 가사를 써줄 수 있냐는 부탁에 40분 만에 가사를 완성해 보냈다고 한다.

그는 이후에도 작사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다 월급보다 저작권료가 더 많아졌을 때, 평균치가 월급보다 높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직장을 그만뒀다. 원하는 일을 해낼 기회가 주어졌을 때 빠르게 잡아낼 수 있는 실력과 그 일을 전업으로 삼을 만큼 커리어가 성숙했을 때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내 일을 시작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도 있다

“직장생활 2년 차 때만 해도 일과 음악을 병행하는 게 힘들어 한 가지는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장생활 3년 차부터 시간을 관리하는 데에 능숙해졌다. 3년 동안 버티지 않았다면 한국대중음악상 모던록 부문을 세 번 수상한 10년 차 밴드로 성장하진 못했을 거다.” – 밴드 ‘9와 숫자들’ 리더 송재경 인터뷰 중3)

 

2017년 최우수 모던록 노래로 선정된 ‘엘리스의 섬’이 수록된 9와 숫자들의 앨범

음악활동을 하면서도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다. 취업하기 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9와 숫자들’이라는 밴드를 만들어 1집을 낸 후 2010년 대우엔지니어링에 입사한 그는 지금도 밴드의 리더, 포스코건설 경영전략실의 과장이라는 두 가지 직업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아이돌 방탄소년단 앨범의 수록곡 ‘낙원’을 공동 작사하는 등 앞으로 다양한 가수들의 곡을 작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는 부지런해야 하지만 직장 때문에 음악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직장생활의 아쉬움을 음악으로 달래고 밴드 리더로서의 스트레스를 음악생활에서 낸 성과로 풀기도 하는 등 상호보완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밝히기도 했다.

포기하기 아까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지금 생활을 그만둘 필요는 없다. P2P 금융 전문기업 렌딧의 김호성 마케팅 팀장 또한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에서 댄스와 코러스를 담당하고 있는 JJ핫산이기도 하다. 회사에서의 일 역시 음악만큼 재밌다는 그는, 본인의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음악만으로 먹고살 수 있는 뮤지션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과 먹고살 걱정 없는 만큼의 돈’이 음악을 길게, 지치지 않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회사부터 그만두는 건 정답이 아니다

회사를 그만두는 건
새로운 일에 도전하겠다는 결심이 섰을 때가 아니라
도전이 성과를 보이고 있을 때다.

꿈을 향해 도전해야 한다는 말은 그 자체로 가치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 또한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꿈을 이루려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게 용기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금 직장생활이 나쁘지 않다면 더욱 그렇다. 꾸준히 월급이 들어온다는 안정감, 성과를 인정받는 즐거움은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회사를 그만두는 건 새로운 일에 도전하겠다는 결심이 섰을 때가 아니라 도전이 성과를 보이고 있을 때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겠다는 강한 열정이 생길 땐 회사를 그만두고 성공한 사례가 더욱 솔깃해 보인다. 하지만 굳이 불안을 즐기며 새 일을 시작할 필요는 없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계획하자. 출근 전,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해 프로젝트를 계속해 나가자. 이 일을 전업으로 삼아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길 때 회사를 그만두자. 심지어 회사를 그만두지 않아도 괜찮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건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글 : 에디터 전윤아(yajeon@fastcamp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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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1) <직장인 10명 6명 “요즘 퇴사 고민한다”>, 한국일보
2) <[Y메이커①] ‘1위 작사가’ 김이나, 왕관의 무게를 이겨라>, YTN
3) <빌보드 1위 BTS 앨범 참여 작사가는 ‘대기업 과장님’이었다>, Job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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