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같은 회사는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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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입니다.”

사람들은 위 문구에 반응하고 금방 호감을 갖는다. 우리나라는 특히 더 그렇다. 당연한 일이다. 예부터 ‘정(情)’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대한민국에서 가족처럼 편하고 인간미 넘치는 일터를 마다할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한 울타리에서 서로 예의를 지키고 배려하면서 언제나 따뜻한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는 개인적인 친분을 쌓으러 오는 곳이 아니다. 매출은 높이고 비용은 줄여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한 ‘일’을 하는 곳이다. 따라서 좋은 분위기도 ‘업무 효율을 높이고,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것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족 같은 분위기를 자랑하는 회사는 그저 구성원들 간의 ‘마음 편한’ 소통과 ‘친분’만을 보장하는 것 같다.

좋은 분위기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회사에서는 ‘업무 효율’보다 ‘감정’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 속에 더 나은 업무를 위해 필요한 ‘싫은 소리’를 할 수가 없다. 심지어 개인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조차 이기적이라며 질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런 곳에서는 편가르기가 심하다. 개개인이 역량이 아닌 친절함으로 평가받기에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그런 말을 했더라도 미움을 받기 때문이다.

물론 서로를 인격적으로 대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는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백번 옳다. 하지만 가족 같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업무의 효율성이 저하된다면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출처: 우아한 형제들

우아한 형제들의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사며 화제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업무는 수직적, 인간적인 관계는 수평적’이라는 2번 항목이다. 그렇다. 비효율과 비합리성을 불러오는 관료적인 조직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구성원들에게 자유와 존중이 주어지는 것은 좋지만 그 안에서도 업무의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한 규율은 존재해야 한다. 규율이 없다면 조직은 그저 감정에 사로잡힌, 가족 같은, 본연의 목적을 잊어버린 사교 그룹에 지나지 않는다.

유명한 넷플릭스의 조직문화를 정리해둔 ‘Culture Deck’에는 ‘우리는 스포츠 팀이지, 가족이 아니다.(We’re a team, not a family)’라는 구절이 있다. 회사란 자신의 성장을 위해 실력이 있는 구성원들이 모인 곳이다. 이곳에서는 사 측의 고용 보장과 직원의 충성심으로 조직이 꾸려지는 것이 아닌 개개인이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면서, 그에 맞는 보상을 받으며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동맹 관계’여야 한다. 이 같은 현실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그저 인간미 넘치는 분위기만을 추구한다면 그 회사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넷플릭스의 Culture Deck에는 ‘우리가 실제로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 가치다.’라는 말도 있다. 결국 높은 퍼포먼스를 내는 직원이 우대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직업적 안정성이나 좋은 분위기가 아니라 탁월한 능력 말이다. 창업 초기부터 랜돌프가 이끌어왔던 넷플릭스는 창의적이고 유쾌하며 화목했지만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은 부족했다. 그들은 초현대적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었다. 서로 얼굴 붉히는 일 없는 인간미 넘치는 분위기에서 회사는 계속 성장하는, 그런 회사 말이다. 하지만 공동 창업자인 헤이스팅스가 경영에 참여한 후, 이 현실을 다르게 쳐다보게 된다. 불필요한 감정은 가차 없이 제거하고 회사의 이익을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를 보게 된 것이다. 결국 헤이스팅스는 랜돌프를 포함한 40%의 직원을 해고했다. 무모할 정도의 무거운 결단이었지만, 그 후 넷플릭스는 얼마나 성장했는가? 블록버스터를 몰락시키고 스스로 미디어 시장의 거인이 되었다.

그렇다고 인성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일만 잘한다고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 때문에 협업에 있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면 그 역시 지양되어야 할 점이다. 다만 방향성에 있어 회사, 그리고 구성원들의 진짜 성장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이를 명심하고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는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고 그저 인간미가 넘치는 조직을 추구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게 경영자이든, 신입 사원이든 간에.

그런 이들은 넷플릭스와 같은 회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퍼포먼스 지향 문화에 불안해하며 때로는 자신이 인격적으로 대우받지 못한다고 여긴다. 이런 경우에는 우리 조직과 그들이 맞지 않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말해야 하며 그래도 변하지 않는다면 해고라는 카드까지 꺼낼 수 있어야 한다. 진짜로 회사의 성장을 원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처럼 과감하면서도 적절한 인적자원관리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저 좋은 사례를 표방하는 것 만으로는 원하는 조직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조직 운영과 사람 관리에 있어서도 방법론과 해답이 있다. 그것을 지속적으로 학습하여 자기 조직에 맞는 전략을 스스로 짤 수 있어야 한다.

글: Editor 정두현 (dhchung@fastcamp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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