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updated on 1월 25th, 2021 at 05:13 오후
‘위계질서’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 대한민국에 위계질서 문화가 깊이 박혀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학창시절부터 군대에 이르기까지 선, 후배 문화가 스며들어가 있는 사회를 거치면서, 그 과정에서 비합리적인 일들을 겪으면서 우리들 대부분은 위계질서가 잘못됐다고 여기게 된다. 직장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다. 상사의 비효율적인 지시까지 따라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때마다 수직적인 조직 구조를 탓한다.
많은 기업들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혁신이 없는 기업은 금방 도태되는 시대기 때문이다. 혁신의 핵심은 기업문화다. 그래서 기존의 관료적인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던 많은 회사들이 혁신을 방해한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문화를 도입하려 한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도 수평적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주인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직급 호칭을 없애고, 불 필요한 회의나 보고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직급이 아닌 능력을 중심으로 구조를 개편하여 과장이나 차장도 기존 부장 직급이 되어야만 맡을 수 있던 팀장이나 부서장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다들 위계질서는 사라지고, 모두가 주인 의식을 가지고 업무를 볼 수 있는 조직을 추구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혁신적이면서도 급진적인 조직문화 개선을 시도한 사례가 있다. 세계적인 온라인 의류 쇼핑몰 자포스다. 그들은 ‘홀라크라시(Holacracy)’를 도입했다. 홀라크라시는 ‘자율적이면서 자급자족적인 결합체’라는 의미의 ‘holachy’와 ‘통치’를 뜻하는 ‘cracy’가 합쳐진 말로, 조직의 위계질서를 완전히 파괴한 형태다. 팀 단위로 운영되며 모든 직원이 동등한 위치에서 같은 책임을 지고 일한다. 홀라크라시에는 기존 조직의 부서와 비슷한 개념의 ‘서클’이 있는데, 각 서클 구성원들의 직위는 모두 같고, 상하 개념도 없다.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동등한 목소리를 낸다. ‘조직 파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파격적인 시도였다. 위계질서를 타파하고 수평적인 문화를 좇고자 하는 경영자라면 자포스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같은 방향으로 가장 극단적인 변화를 시도했던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행보와 결과를 본다면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있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 직원들은 책임 지길 원하지 않는다
홀라크라시 체제하에서의 자포스는 보스를 없애는 대신, 구성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진 리더가 되길 바랐다. 직급 때문에 제한받는 영역이 없는 만큼 누구나 팀장급의 책임을 지니게 됐다. 하지만 일부 주니어 사원들에게 있어 리더가 가지고 있던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는 것은 부담되고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많은 조직원들이 본인의 능력을 뛰어넘는 책임을 지기를 원하지 않았다. 가지고 있던 지위를 내려놓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과도한 권한을 받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3. 암묵적인 서열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집단에서도, 설령 매니저를 두는 것을 금지한 홀라크라시에서도 조직을 이끄는 사람은 생긴다. 겉으로 보기에만 없을 뿐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누군가의 결정을 따른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면 문제는 커진다. 제도적으로 리더를 두지 않기에 한 명의 사람이 자신의 판단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지양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한 명의 목소리가 가장 클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발하는 사람이 생기거나, 결정을 내리는 사람도 뚜렷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당연히 매끄러운 판단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4. 지연되는 의사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