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경험(UX), 망해가던 Gucci를 구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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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on 2월 19th, 2021 at 04:51 오후

멋지다 = “구찌”스럽다 

2018년 4분기 검색량 600만 회. 최근 가장 힙한 브랜드. 래퍼들이 가지고 싶은 스웩의 상징. 요즘의 구찌를 설명하는 말들입니다. 누군가 멋있다는 말을 구찌스럽다(It’s so GUCCI)고 대체하더라도 그 말에 토를 달 사람은 크게 없을 겁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구찌가 이렇지 않았거든요. 어쩌다 면세점에서 마음 편하게 명품을 고를 기회가 생기면 구찌는 안 갔어요. 괜히 엄마 가방 생각나고 그렇잖아요.

이게 다 미니멀리즘 때문입니다. 로고 리스(Logoless) 열풍이 불면서 로고를 강조하던 제품들이 확 촌스러워졌죠. 반대로, 이때 뜬 브랜드로 ‘보테가 베네타’가 있습니다. 뭔가 싶을 정도로 밋밋한 지갑의 가격이 몇십만 원쯤 한다면, 점원 몰래 안쪽을 슬쩍 살펴보세요. 아주 정직한 폰트로 뭔가 아주 작게 적혀 있을 겁니다.

※ 시력검사 아닙니다

추락하던 구찌, 사용자 경험(UX)에 주목하다

어쨌거나 그렇게 사람들이 ‘심플한 멋에 열광하던 시대에, 큼직한 로고 대잔치로 유명한 구찌가 역풍을 맞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죠. 연달아 카운터펀치를 맞고 추락하던 구찌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그 첫 번째로 10년간 구찌의 얼굴이었던 디자이너 프리다 지아니니(Frida Giannini)를 내보내고 무명의 ‘알렉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를 수석 디자이너에 임명합니다. 빅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는 몸값 높은 유명 디자이너를 초빙해서 임명하던, 기존의 관례를 깨버린 파격적인 인사였죠.

무척 파격적인 수염의 알렉산드로 미켈레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기존의 구찌가 가지고 있던 고급스러움 위에 평소 자신이 추구하던 빈티지와 젠더 플루이드(Gender Fluid) 감성을 입힘으로써 새로운 디자인을 탄생시킵니다. 그가 선보인 맥시멀리즘(Maximalism)은 미니멀리즘 유행에 질려가고 있었던 젊은 소비자층에게 신선한 경험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자고로 명품은 보여줘야 제 맛! ⓒGucci

구찌는 ‘젊어진’ 디자인에 맞춰 유통방식도 ‘힙하게’ 바꾸기 시작합니다. 바로 ‘구찌 닷컴’을 개편한 것이죠. 그전까지 고급 브랜드의 온라인 스토어는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명품은 백화점에 가서 산다’는 고정관념은 여전히 사람들의 소비의식을 지배하고 있었죠. 하지만 구찌 닷컴은 온라인 스토어 특유의 밋밋한 화면을 탈피하고 구찌만의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사이트를 구축합니다.

이렇게 말이죠 ⓒGucci

백화점까지 가지 않아도 제품을 생생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다양한 연출의 온라인 화보를 배치한 구찌 닷컴의 변화는, 인터넷 쇼핑에 익숙한 젊은 유저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합니다.

무엇보다 빛나는 부분은 ‘DIY’ 제품 라인입니다. 구찌는 구찌 닷컴을 개편하면서 오직 ‘온라인 스토어에서만’ 주문이 가능한 맞춤 제작 라인을 신설했습니다. 마우스로 원하는 이니셜을 클릭해 구찌의 의류, 신발, 가방 위에 배치하면, 진짜 주문한 그대로 제작해서 ‘나만의 구찌템’을 배송해주는 거죠.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옷을 ‘다시’ 디자인할 수 있게 하는 파격적인 사용자 경험은 ‘영 앤 리치(Young and Rich)’ 소비자들을 그야말로 뒤집어지게 만들었습니다.

구찌를 좋아하는 KIM씨를 표현해보자 ⓒGucci

바보야, 중요한 건 ‘사용자 경험’이야

구찌의 혁신 사례는 사용자가 제품이나 시스템, 서비스 등을 이용하며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총체적인 경험(User Experience), 즉 ‘UX’를 이해하는 것이 브랜드 전략 수립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줍니다. 만약 간편하게 트렌드에 편승하거나, 고급 브랜드로서의 자존심을 놓지 못하고 가만히 기다렸다면 지금의 명예는 결코 이룰 수 없었겠죠.

‘파는 사람’이 아닌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상품과 서비스 기획을 고민하는 UX는 패션 업계는 물론 다양한 산업 군에서 이미 도입되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시장의 변수가 다양하고 급변하는 지금은 두루뭉술한 ‘혁신’이 아니라, 브랜드가 ‘소비자와 관계 맺는 방식’을 고민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UX를 배우는 게 망설여지신다고요? 그렇다면 사람들이 당신의 브랜드를 완벽히 좋아하긴 힘들 것 같아요. 마치 구찌가 유행하는 것은 알아봤어도, 그 유행이 자신에게 어울리는지는 살피지 못한 비와이처럼 말이죠.

아무쪼록 브랜드에 알맞는 사용자경험을 고민합시다

 


사용자 경험(UX)까지 고려한 디자인, 패스트캠퍼스에서 온라인으로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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