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updated on 2월 15th, 2021 at 11:35 오전
* General Assembly의 블로그 글의 번역본에 필자의 의견을 더한 글입니다.
모두가 경험을 쌓고자 한다. 경험은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 왔는지, 또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취업에 있어서도 경험은 큰 역할을 한다.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기 위해, 더 높은 커리어를 이어가기 위해, 더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한 자격으로 제시하는 것이 경험이다. 하지만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이 프로세스는 ‘안정적인 분야’에서 유효한 것이다. 누군가 이전에 했던 일이 앞으로도 똑같이 행해져야 하는 영역 말이다. 그런 분야에서는 필요한 능력이 거의 변하지 않기에 경험은 곧 실력으로 나타난다.
변화가 빠른 영역에서는 다르다. 특히 ‘마케팅’은 어제와 오늘의 유행이 다른 분야다. 불과 2009년만 해도 하루 3시간에 그쳤던 성인의 디지털 미디어 사용 시간이 지금은 하루 6시간에 달한다. 사람들의 전반적인 생활 패턴이 온라인으로 옮겨지면서 광고, 마케팅의 중심도 온라인으로 바뀌었다. 2016년에는 디지털 미디어의 광고비 지출액이 처음으로 TV를 넘어섰다. 이제 마케팅 캠페인의 성공 여부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모든 게 새롭고, 빠르다. 그래서 많은 마케터들이 아래와 같이 생각할 것이다.
“그동안 쌓아왔던, 쌓아오려고 노력했던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마케팅 경험’은 여전히 유효할까?”
물론 시장 세분화, 타겟 설정, 포지셔닝 같은 ‘일반적인 마케팅 지식’들도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디지털마케팅에서든 전통적인 마케팅에서든 말이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원론적인 지식이다. 마케팅이 온라인으로 넘어오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마케팅에서는 한정된 데이터를 가지고 나눈, 세분화되지 않은 타겟에게 정성적인 메세지를 전달했다. 반면 온라인 마케팅에서는 고객의 모든 행동을 측정할 수 있고, 타겟을 정밀하고 작은 범위로 나눌 수 있다. 이제 모든 마케팅은 고객에게 개인화될 수 있다. 상황이 완전히 변해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금껏 쌓아온 경험이 크게 도움 되지 않는다. 즉,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마케팅 경험의 유무는 훌륭한 디지털 마케터의 조건이 될 수 없다.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다. 미국의 실무교육기관 General Assembly의 Credentials division에서는 마케팅 분야를 이끌고 있는 로레알, 구글, UM, 프라이스라인과 협력하여 ‘디지털마케팅 능력 평가법’을 개발하고자 했다. 회사 구성원들이나 입사 지원자들의 디지털마케팅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서였다.
1,000명의 마케터가 이 디지털마케팅 평가, 그중에서도 심화과정인 Digital Marketing Level 2(DM2)에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디지털 마케터’와 ‘전통적 마케터’로 구성되어 있었다. DM2에서 지원자들은 한 시간 동안 디지털마케팅 캠페인 전략을 세우고, 집행하고, 최적화하는 과제를 부여받는데, 디지털 마케터들이 전통적 마케터들보다 평균적으로 22%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DM2에서 주어지는 문제는 디지털 마케터의 일상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다음 평가는 전통적 마케터들 사이에서 진행됐다. ‘경력’에 따라 디지털마케팅을 수행하는데 있어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두 개의 가설을 세웠다.
1. ‘전통적 마케팅’의 경력이 많은 마케터가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다. – 이는 전통적 마케팅 스킬, 지식이 디지털 세상에서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2. 경력은 적지만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한 마케터가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다. – 이는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는데 익숙한 사람이 디지털 마케팅에서도 탁월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Y 축이 DM2 점수고, X축이 전통적 마케팅 경력이다. 그래프를 보면 데이터가 모두 분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좀 더 확실히 하면, 결정 계수(R-squared coefficient)가 높을수록 두 변수 간 관계성이 짙다는 것인데, 위 경우에서 결정 계수는 0.4%에 그친다. (남성의 키와 발 사이즈 사이의 결정 계수는 54%다.) 즉 전통적 마케팅 경험과 디지털마케팅 능력에는 뚜렷한 관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디지털 원주민으로 일컬어지는 젊은 층이 디지털마케팅을 더 잘 할 것이라는 가정 또한 틀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결과는 현장에서도 나타났다. 마케팅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기존의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들도 그들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설문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참가자들은 그들의 디지털 역량을 고작 100점 만점에 57점으로 평가했다. 마찬가지로 소셜 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 디지털마케팅을 잘 할 것이라는 생각도 맞지 않다. 페이스북을 잘 한다고 CAC(Customer Acquisition Cost)나 LTV(Lifetime value)를 측정할 수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물론 경험은 중요하다. 많은 경험은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과 현명함을 키워준다. 하지만 유래 없이 변화가 빠른 이 세상에서 실질적인 업무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학습 능력과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 기민함이 필수다. 그러니 그저 지나버린 경험에 매몰되어 버리거나, 경험이 없다고 뒤로 물러나 버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비단 ‘마케팅’뿐만이 아니다. 필요로 하는 능력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분야라면 경험 이상으로 새로운 지식의 습득 능력이 더 중요하다. 특히 마케팅 분야처럼 지난 몇 년동안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에서는 과거의 경험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새로운 변화에 대한 학습을 시작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오랜 경력을 쌓아온 사람이든, 이제 새롭게 시작하려는 사람이든 간에.